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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으로 스케이트보드 휠을? 쓰레기, 재료가 되다

핸드메이커 2021-04-27 15:47
업사이클링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최근 젊은 층인 MZ 세대의 트렌드가 되기도 할 만큼 국제적으로 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이미 세계 여러 국가의 개인이 쓰레기 감소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그 방법도 다양하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쓰지 않고 다회용 에코백을 사용하거나 포장 용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개인 도시락통을 휴대하는 이도 있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이들 역시 텀블러를 들고 다니며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근래에는 소모적으로 쓰이는 세제나 세정 워시를 친환경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종종 보인다.
포장 용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반찬통에 음식을 포장하기도 한다 /윤미지 기자
또한 코로나19 시국에 쏟아지듯 사용되는 마스크 배출 문제 역시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 등이 공유되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사회적으로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일각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말이 있지만 개인이 아무리 쓰레기를 줄이고 올바른 방법으로 재활용 배출을 한다고 해도 산업 쓰레기를 줄이지 못하면 장기적인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업 쓰레기는 그 양도 매우 방대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정제 없이 배출될 경우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기물을 또 다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들이 앞장서서 친환경 경영을 시작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니즈와 트렌드에 부합하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공예 산업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작용하고 있다. 쓰레기를 공예 재료로써 활용하고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이는 또 다른 반향을 일으킨다. 쓰레기의 변신을 통해서 새로운 상품이 탄생하고 재활용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쓰레기를 공예 재료화 한다고 해서 당장 지구상의 큰 쓰레기 산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재활용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돌아 볼 수 있게 하며 산업 쓰레기를 배출하는 거대한 기업에도 환경친화적인 개발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특히 새로운 공예 소재를 발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씹다 버린 껌의 변신

껌은 비교적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호식품이다. 일반적으로 껌을 씹다가 삼켜버리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원래 씹고 뱉는 형태로, 천연 원료로는 치클 나무 수액으로 만들지만, 현대에는 그 수요를 모두 만족하기 어려워 가공된 재료를 사용한다.

껌은 씹고 버리는 것이라는 속성에 의해서 쓰레기 중에서도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일이 많다. 종종 씹던 껌을 길바닥 아무 곳에나 뱉어 버려 지저분한 자국이 생기고, 이는 거리의 미관을 해친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껌이 다른 물체에 잘 들러붙고 그대로 굳어버리면 쉽게 제거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더욱 문제로 지목되는 사례가 많다.
씹고 뱉는 기호식품 껌 /픽사베이
물론 쓰레기로 배출되는 껌이 가진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히 이곳저곳에 버려진 껌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는 문제 외에도, 껌의 합성수지 원료가 되는 초산비닐수지가 플라스틱 물질에 속한다는 점은 껌의 잘못된 배출이 환경 오염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우리가 쉽게 씹고 뱉는 껌은 개별적으로 볼 때 큰 부피를 차지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생산되는 껌의 양은 적지 않다. 특히 대부분 껌이 일반 쓰레기로서 올바른 형태로 배출되지 않으며, 껌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여러 국가는 물론 유럽에서도 씹던 껌이 제대로 버려지지 않고 이에 의한 환경 오염 문제가 대두되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프랑스의 디자인 전공 학생인 위고 모쁘띠 Hugo Maupetit와 비비앙 피셔 Vivian Fischer가 씹고 버린 껌을 모아서 재활용 스케이드 보드 휠을 만드는 시도를 선보였다고 영국 매체 디진Dezeen이 밝혔다.
껌으로 만든 스케이트 보드 휠(www.dezeen.com)
모쁘띠에 의하면 이 재활용 스케이드 보드 휠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휠 하나당 10~30개의 껌이 필요하다. 그들은 프랑스 낭트의 도심 지역에 소규모 테스트를 위한 껌 수거 보드를 설치했으며, 행인들이 씹던 껌을 바닥에 버리거나 하지 않고 수거 보드에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이 수거 보드에도 특별한 역할이 부여된다. 수거 보드는 폴리메타크릴산메칠(PMMA) 플라스틱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수거 시 함께 붙어 있는 껌과 함께 사용한다. 이는 휠 제작 시 함께 녹을 때 껌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재료라고 한다.
수거 보드에 붙어 있는 다양한 색상의 껌들 (www.dezeen.com)
현재 GUM collect라 칭하는 본 프로젝트는 낭트시에서 소규모로 시범 운영되었으며, 수거판을 대량 설치하는 방법에 대해 시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로,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새로운 업사이클링 영역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작된 휠은 닳았을 시에 다시 분쇄하고 녹여 새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다.

씹다 버린 껌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껌을 재활용하는 위의 사례 이전에, 먼저 Gumdrop이라는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이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은 영국 디자이너 안나 블루스라는 인물로, 껌드롭 통을 거리 곳곳에 설치하여 버려지는 껌을 수거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기업이 설립된 것이다.
GumdropLTD 인스타그램 @Gumdrop_ltd
이는 껌의 재료가 합성 고무라는 것에서 출발하며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그리고 실제 공항이나 대학교 등 여러 장소에서 껌드롭 캠페인이 진행됐으며 한 해 동안 약 25톤의 껌을 재활용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실제 껌드롭 캠페인을 통해서 씹다 버린 껌은 운동화는 물론 도시락통, 헤어 브러쉬, 문구용 자, 연필 등의 제품들로 재탄생했다고 한다.


폐현수막이 가방으로, LP판이 노트 표지로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 업사이클링

다양한 업사이클링의 관한 이슈는 지속적으로 회자 되고 있다. 특히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거나, 브랜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제품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하는 시도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업사이클링을 통해서 전에 없던 트렌드를 이끌고 마니아층까지 형성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 FREITAG이다.

프라이탁은 1993년 스위스에서 설립됐다. MZ 세대에게 큰 이목을 끌고 있는 브랜드로 폐현수막이나 천막, 폐타이어, 방수포 등을 재활용한 가방을 만들어 판매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프라이탁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버려진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선도했다.
폐현수막이나 방수포도 새로운 재료가 될 수 있다 /픽사베이
프라이탁 가방 /flickr
프라이탁은 2011년도 국내 론칭했으며 한국 외에도 일본이나 대만, 중국 등의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MZ 세대에게는 ‘힙’한 이미지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프라이탁이 가지고 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기본 이념에 많은 대중이 공감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한다.

놀라운 것은 재활용 소재의 가방이라고 해도 가격대가 꽤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라이탁을 선택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라이탁의 가방이나 지갑, 휴대폰 케이스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으며 지속가능성이라는 취지에 공감을 표하는 행위와도 같다.
MZ 세대에게 ‘힙’한 이미지로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프라이탁 /flickr
산업용 천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제품을 제작한다. 리사이클 브랜드 프라이탁 /윤미지 기자
프라이탁의 인기 요인은 다양한 관점에서 예를 들 수 있다. 사실 프라이탁 가방이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제품이 가진 러프한 외관을 통해서다. 재활용된 폐천막이나 방수포 등이 가방을 형성하는 주요 재료가 되는 것인데,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공정만 거쳐, 프라이탁 가방은 재료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다. 또한 종종 새 제품이라는 것을 믿기 어렵게 하는 얼룩을 만나보게 될 수도 있으며, 프라이탁 제품이 가진 특유의 세탁 냄새는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분이지만 사용자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요소 중의 하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다소 러프한 디자인의 프라이탁 제품을 기꺼이 선택하고 사용한다. 그들에게 프라이탁이란 개인의 감성과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힙’한 아이템으로도 통한다고 볼 수 있다. 프라이탁이 가진 디자인성에서 그 이유를 엿 볼 수 있으며, 버려진 재료들을 통해 제작되는 특성에 따라서 제품마다 단 하나의 디자인이 적용된다는 점이 플러스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그때그때 마다 버려지는 폐현수막 등 사용되는 재료가 다르다 보니 완성된 제품이 지닌 차별화된 개성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다양한 디자인의 프라이탁 가방 /flickr
중고 거래 플랫폼에 업로드되는 매물은 대부분 사용감에 따라서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프라이탁같이 단 하나의 디자인을 가진 제품에 한해서는 정식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이러한 디자인성에 기인한 현상이다. 특히 올화이트나 올블랙 등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은 색상 제품의 경우엔 리셀 시 거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에코 프랜들리 철학에 따라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도 외에도 업사이클링은 그 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며 디자인적 트렌드를 이끄는 하나의 방안이 되기도 한다. 이는 공예 분야에서 업사이클링이 보이는 다양한 확장성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큰 성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환경 오염을 줄이고 쓰레기 처리 비용 역시 절약할 수 있다는 것에 있으나, 공예적인 측면으로 볼 때 새로운 재료의 활용과 그로 인해 이전에 없던 디자인 창조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제품이 가진 특성을 부각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국내 브랜드 오롬이 제작한 레코드 노트는 언뜻 보면 평범한 노트지만 겉표지를 실제 바이닐 레코드를 업사이클링해서 제작했다. LP의 특징인 나선형 홈을 표지의 표면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음반 라벨 또한 하나의 디자인적 요소가 된다.
레코드 노트 /OROM
LP가 음악을 담고 있듯이 레코드 노트에는 사용자의 이야기와 글이 담긴다. 오롬은 이 부분을 대치하여 의미를 부여해 사용자에게 특별한 기억과 경험이 깃들 수 있도록 제품을 기획했다. 버려지는 LP를 활용하여 제품을 제작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부여되는 또 다른 감성을 고객에게 전달한 것이다.
사용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길 레코드 노트 /OROM
특히 프리라벨 라인은 LP 본래의 라벨 디자인을 그대로 가공하여 제품을 제작한다. 이는 또 다른 가공을 통한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라벨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디자인적으로 해석해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업사이클링 재료의 특성상 유니크한 표지 디자인을 얻을 수 있는 동시에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과거에는 버려진 물건을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각광 받았으나, 업사이클링은 점차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며 그 안에 또 다른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

업사이클링은 환경친화적 관점에서 점차 발전하여 공예 분야에서는 하나의 디자인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재료로서 각광 받는 버려지는 것을 통해, 전에 없던 또 다른 문화를 기획하는 시도가 앞으로도 다양하게 선보여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가운데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브랜드와 작가들의 협업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다.

껌으로 만든 스케이트 보드 휠'에 대한 자료 참고 원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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