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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싸템’을 내 방에! 직접 조립하는 사각유리등 키트

29STREET 2020-12-30 16:38
지난 여름, 문화재청이 SNS에 올린 유물 사진 몇 장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실 잔치에 쓰던 사각형 유리 등이었는데요. 백 년도 더 된 등잔이지만 지금 당장 레트로 콘셉트 카페에 걸어 놓아도 어울릴 것 같은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끕니다.
사진=문화재청 트위터(@chlove_u)
이 유리등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효명세자(1809~1830)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물건입니다. 왕실 잔치는 원래 낮 시간에만 열렸지만, 효명세자가 밤에도 잔치를 열기 시작하면서 밤을 낮처럼 환하게 밝혀 줄 조명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등잔 가운데에 초를 넣어 불을 붙이면 안에서부터 은은한 불빛이 퍼져나가며 유리판에 그려진 그림이 한층 더 멋지게 보였을 겁니다.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조선의 풍류를 그대로 간직한 유물 사각유리등은 최근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로 제작됐습니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원하던 ‘굿즈화’가 드디어 실현된 건데요. 실물 사각유리등은 가로세로 각각 45cm, 높이는 37cm나 될 정도로 생각보다 큼직하지만 체험키트 완성품은 어른 손바닥 위에 가뿐히 올라갈 정도로 아담한 사이즈입니다. 

미니어처 키트라 해서 퀄리티도 그저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 실제 유물을 세밀하게 재현한 디테일과 고급스러운 나무 재료, 튼튼한 매듭장식에 LED촛불까지 무엇 하나 흠잡을 곳 없는 구성입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만든 조선왕실등 키트는 한국문화재재단 온라인쇼핑몰, 국립고궁박물관 굿즈샵 고궁뜨락, 창덕궁 동궐마루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인기가 많아 연일 매진되는 키트를 국립고궁박물관 협조로 리뷰할 수 있게 된 29ST. 정갈한 까만 색 바탕에 금박으로 사각유리등 모양이 새겨진 상자를 열면 깔끔하게 포장된 구성물들이 나옵니다. 나무조립판 6개와 LED초, 아크릴판4장, 스티커 5장, 매듭5개와 매뉴얼이 들어있는데요. 나무 판에서 부품을 떼어낸 뒤 서로 짜맞추면 됩니다.

완성.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사진=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접착제 필요 없이 전부 짜맞추기만 하면 되지만 나무판 두께가 얇고 장식이 섬세하므로 부러지지 않도록 힘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매뉴얼을 보며 천천히 맞추니 시작부터 완성까지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중간에 나무 부품이 판재에서 잘 분리되지 않을 때는 칼이나 가느다란 송곳, 핀 따위로 조심스레 밀면서 떼어내면 깔끔합니다. 짜맞추기 단계에서도 이음매가 뻑뻑하다고 급하게 힘으로 밀어넣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침착하게 해야 합니다.

아크릴판에 그림 스티커를 붙일 때도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원본 유물은 비바람에 그림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리판 겉이 아니라 안쪽에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미니어처 키트 조립 시에도 마찬가지로 아크릴판 안쪽에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점! 꽃과 나비, 잎사귀 등 여분의 장식 그림이 넉넉하게 들어 있어 원하는 만큼 더 꾸밀 수도 있습니다. 세밀한 힘조절과 손끝 감각이 필요하기에 어린이 혼자서 조립하기는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어른이 옆에서 도와준다면 충분히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겠습니다.

사진=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약간의 집중력과 인내심만 있다면 쉽게 완성할 수 있는 사각유리등 키트. 매듭장식을 끼우고 안에 LED 촛불까지 넣으면 멋진 무드등이 완성됩니다. 창가나 벽에 걸어도 예쁘고, 걸어놓을 만 한 곳이 없다면 그냥 탁자 위에 올려두기만 해도 멋진 소품이 됩니다. 전통 소품이니까 평범한 내 방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요? 고풍스러운 배경과 당연히 잘 어울리지만, 의외로 현대적인 소품들과도 조화를 잘 이룹니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키트를 멋지게 완성해서 내 방에 사각유리등을 장식했다면 실물 사각유리등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질 텐데요. 경복궁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그 옛날 왕실 밤잔치를 밝게 비추었던 사각유리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입구에는 실물 크기로 똑같이 만든 사각유리등이 진짜로 천장에 걸려 있는데요. 낮에도 아름답지만 어스름이 내려앉고 불이 켜지면 경복궁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멋집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민들이 조선왕실 유물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전시와 굿즈 발매에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관 기간(2020. 12. 19 ~ 별도 공지 시까지)이기에 입장이 어렵지만, '코로나 시국'이 끝난 뒤 가 볼 곳 목록에 국립고궁박물관도 적어놓아야겠네요.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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