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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59] 국물은 부장님만의 취향이 아니야 '소호정'

29STREET 2020-11-20 08:00
주변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 중 부장님과 함께하는 점심은 보통 국물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왜 '국물=올드한 메뉴'라는 인식이 생긴걸까? 그건 아마 집밥에서 느끼는 친근함 때문이 아닐까? 좋게 말해 친근이지 '지겨운' 메뉴라고도 할 수 있다. 

맛집 찾기 힘든 충정로에 안동국수로 유명한 '소호정'이 있다. 진한 국물과 보들보들한 면발이 국물에서 느꼈던 지겨움과 올드함을 잊게 만든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이 계절, 부장님부터 사원까지 모두가 만족스러운 점심메뉴로 강력추천이다. 
국시=국수
소호정의 안동국수는 소박한 국수지만 면을 만들고 고기 국물을 국수에 말아 손님을 접대할 때 내던 음식이다. . 뜨끈한 국물 때문에 겨울 별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햅밀로 만든 여름별미라고. 하지만 이 뜨끈한 국수는 겨울에 생각난다.
개운한 국물~
소호정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골인걸로 유명하기도 하다. 대통령 재직시절 청와대에 초청해 먹을 정도였다고. 카운터에는 명성을 인증하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이 있다. 그래서 이 곳은 이른 점심시간에도 매번 만석이다.
여기 찐 맛집이 맞네요.
국수 단품은 늘 양이 많게 느껴져 이 날은 소호정식으로 주문했다. 소호정식은 전, 메밀묵, 국수, 후식이 제공되는데 국수 외 다른 음식들도 맛 볼 수 있어 거하게 대접받는 기분이다. 소호정의 모든 지점들은 부추김치, 깻잎찜, 배추 겉절이를 밑반찬으로 제공하는데 먹어보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다. 전과 국수에 얹어 먹으면 맛을 한층 더해주는데 진하고 담백한 국수에 화룡점정같은 존재다.
기본을 지킨 메밀묵!
자리를 잡고 수저를 놓으니 메밀묵이 나왔다. 송송 썬 야채와 김치, 김가루를 얹어 먹음직하게 나왔다. 특별히 들어간 건 없지만 꾸밈없는 정직한 맛이 좋았다. 메밀묵에 이어 나온 전. 소호정의 동태전은 특별하다. 전 중에서 동태전이 가장 흔하다고 하지만 소호정 동태전은 특별하게 느껴질 만큼 부드럽다. 내가 그 동안 먹은 게 동태전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전혀 다른 느낌이니 소호정에 방문했다면 꼭! 동태전을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입안에 걸리는 가시도 없다.)
부들부들 동태전이 예술!
동태전을 먹고 있으니 하얀 도자기그릇에 담긴 국수가 나왔다. 항상 느끼지만 하얀 도자기그릇에 담겨있는 국수를 볼 때마다 귀한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뽀얀 국물에 송송 썬 파와 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는데 양이 정말 많다. 소호정 국수면은 다른 국수집 면과 다른 느낌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후 일정한 온도로 하루 이상 숙성해 면을 만드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속이 편안한 국수가 완성된다. 부들부들하고 매끄러운 면발이 쫄깃하니 정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메뉴인 것 같다.
부들부들한 면발 좀 보세요!
면도 면이지만 국물이 예술이다. 한우 양지고기를 푹 고아낸 국물을 쓰는데 정말 호불호없는 깊은 맛이다. 이 진한 국물이 얇은 면 가락 가락에 배어 국수 한 젓가락만 먹어도 국물까지 마신 기분이 든다. 고기 고명도 먹기 좋은 크기로 들어있어 함께 먹기 좋다. 평소 느끼하고 더부룩하여서 고기국물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소호정 고기국물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느끼하지 않은데 진하고 묵직한 맛이 있다. 깔끔한 부추김치나 배추겉절이와 곁들이면 취향을 떠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점심식사가 될 것 같다.

소호정 / 02-365-3365
서울 중구 서소문로 50 CENTRAL PLACE
매일 11:30~22:00 명절 휴무

국시: 단품 12,000원
모듬전: (소)27,000원/(대) 32,000원
메밀묵: (소) 18,000원/(대) 22,000원
소호정식: 23,000원
하회정식: 26,000원
특선정식: 34,000원

에디터 BANGDI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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