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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아닙니다' 창의력 대장들이 만든 K마카롱

29STREET 2020-11-12 10:33
몇 년 전 디저트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뚱카롱 논란’을 기억하시나요? 마카롱 꼬끄(동그란 설탕과자)사이에 크림 필링을 한껏 짜 넣어 통통해진 마카롱을 ‘뚱카롱’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프랑스식 마카롱은 꼬끄와 필링 두께가 서로 비슷하지만, 한국에 오니 크림이 두세 배나 늘어난 뚱카롱이라는 ‘변종’이 생겨난 겁니다. ‘정통 마카롱은 꼬끄와 필링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하니 크림만 잔뜩 넣은 뚱카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파와 ‘한국식으로 변형된 거라 생각하면 된다, 맛있으면 그만’이라는 옹호파로 나뉘어 제법 진지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죠. 같은 귤나무라도 남쪽 지방에 있을 때는 귤이었지만 추운 북쪽 지방으로 가져가니 탱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향은 프랑스이지만 어느새 한국식으로 아기자기하게 변신한 K마카롱, 모양도 맛도 제각각이지만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만들어 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재미있는 이색 마카롱들을 소개합니다.
생과일 마카롱
사진=JAM마카롱 인스타그램 (@hlimpcs77)
사진=촌스마마 인스타그램 (@chons.mama)
크림만 두툼하게 넣는 걸로는 부족하다! 샤인머스캣, 딸기, 블루베리 등등 신선한 생과일을 통째로 넣어 버린 생과일 마카롱은 비주얼부터 남다릅니다. 한 입 베어물면 과즙이 팍 터질 것 같아 저절로 침이 고이는데요. 마카롱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종류의 디저트라고 해도 믿겠네요. 속재료로 쓸 수 있는 과일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각 제과점마다 개성있는 생과일 마카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생과일이 들어갔으니 며칠씩 묵히지 말고 최대한 빨리 먹는 게 중요하겠죠?
한국화 마카롱
사진=달토당 인스타그램 (@daltodang)
올해 초, 마카롱 꼬끄 위에 전통미 넘치는 민화를 그려 넣어 화제가 된 마카롱 가게가 있었죠. 부산 제과점 ‘달토당’인데요. 달토당 대표 안현빈 씨는 학생시절 미술을 전공하고 문화재 복원사를 꿈꿨다고 합니다. 이 때 공부한 전통미술을 마카롱 위에 펼쳐 민화의 한 장면이나 우리꽃 등을 그려 넣었고, 고객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서양 디저트인 마카롱에 한국화가 올라가니 매력이 더 커지네요. 한국화 마카롱은 지금도 외국인 친구나 어른들을 위한 선물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앙버터 마카롱
사진=조이마카롱 인스타그램 (@cafejoy_macaron)
사진=브마롱베이커리 인스타그램 (@bmaron.bakery)
제과달인들의 창의력은 어디까지일까요? 담백한 빵 사이에 단팥앙금과 버터를 층층이 끼워 먹는 ‘앙버터 빵’을 처음 먹었을 때도 그 맛에 놀랐는데 이제는 아예 마카롱까지 앙버터로 등장했습니다. 앙버터 마카롱은 단맛과 느끼함을 적당히 잡아주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이 메뉴를 취급하는 제과점마다 재료배합을 다르게 하는 각자의 노하우가 있어 조금씩 맛이 다릅니다. 한 방에 당 충전하기에 이만한 디저트도 없을 것 같네요.
햄버거 마카롱
사진=에이트인꼬끄 인스타그램 (@8_in_coque)
사진=에이트인꼬끄 인스타그램 (@8_in_coque)
문제. 햄버거 마카롱이란 무엇일까요? 1번, 햄버거처럼 보이도록 여러 색깔 크림을 쌓아 만든 마카롱. 2번, 진짜 햄버거처럼 안에 치즈와 고기패티를 넣어 만든 마카롱. 놀랍게도 정답은 1번과 2번 둘 다입니다. 햄버거 모양을 재현해 미니어처처럼 귀엽게 만든 마카롱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달달한 꼬끄 사이에 진짜 고기를 넣는다는 건 위험부담(?)이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햄버거 마카롱으로 유명한 제과점 ‘에이트인꼬끄’는 한우불고기패티와 햄, 데리야끼소스까지 넣은 불고기버거마카롱을 선보였습니다. 이게 무슨 괴이한 음식인가 싶지만 놀랍게도 ‘단짠’의 조화가 훌륭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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