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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어릴 적 유행했던 핸드메이드

핸드메이커 2020-07-15 11:25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유행은 패션에만 돌아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뉴트로 감성이 취미생활에도 자리잡았다. 여러 SNS를 둘러보다보면 ‘~년대 유행했던 것들’이라면서 추억의 사진들이 등장한다. 그때는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들이 그때는 유독 많았다. 지금은 사면 끝이지만.
추억을 되살리며 접어본 것들. 쉬는시간마다 종이 접기에 빠져있던 때가 생각난다 / 전은지 기자
당시 유행의 척도를 알 수 있었던 곳은 학교 앞 동네 문방구.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교실에서 유행하던 재료는 다 문방구에서 살 수 있었다. 사진만 보면 알 수 있는 그당시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보며 ‘나 때는 말이야’하고 추억을 되살려보자.


운동화끈은 죄다 엮었던 십자매듭 열쇠고리
투명하면서도 형광빛을 내는 룰라끈으로 만든 십자매듭 열쇠고리 / 트위터 (@modagit)
이게 왜 유행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 유행은 대부분 ‘실과’ 교과목에서 배웠던 것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십자매듭은 보통 열쇠고리로 쓰였다. 남자애들은 허리춤에 멋으로 차고 다니기도 했고, 가방에 달기도 했다. 첫 시작이 어려워서 잘하는 친구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보통 운동화끈으로 만들었지만, 문방구에 파는 형광빛의 룰라끈을 많이 사용했다.

지금도 유튜브에 십자매듭 만들기를 치면 다양한 영상이 나온다. 십자매듭 외에도 다른 매듭도 많다. 요즘은 열쇠 대신 도어락을 쓰지만, 블루투스 이어폰 키링으로 써봐도 좋을듯하다.


바늘과 도안만 있으면 충분했던 십자수, 스킬자수
십자모양으로 수를 놓는다고 해서 '십자수'다 / pixabay
스킬자수 키트. 만들기에 필요한 털실과 갈고리 모양 바늘, 도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 다이소몰 제품사진
그당시 차에는 십자수로 만든 휴대폰 번호 쿠션이, 집에는 스킬자수로 만든 전화기 깔개, 방석이 있었다. 십자수는 자수 중에서도 손쉬운 방법이었기에 많이 유행했다.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도 유행해서 잘 만든 십자수 작품을 액자로 만드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스킬자수는 갈고리 모양 바늘로 짧게 재단된 털실을 도안에 따라 엮으면 하나의 모양이 완성됐다. 십자수와 비슷하지만 더 실용성이 있었다. 헬로키티, 스누피 등이 단골 도안이었다.

요즘은 실을 사용하는 십자수에서 색색깔의 큐빅을 도안에 따라 붙이는 보석십자수로 진화했으며, 프랑스 자수가 유행하고 있다. 털실 등을 사용하는 자수는 코바늘, 대바늘이 대세인듯하다.


별부터 학알, 장미…종이접기는 다했던 그때
pixabay
쉬는 시간마다 종이로 하는 것 중에 유행했던 것이 2가지 떠오른다. 하나는 학종이로 학접기, 또 하나는 학종이 따먹기(?).

학접기는 ‘1000마리를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라는 속설 때문에, 부모님 세대부터 계속 이어져온 핸드메이드다. 그런 학종이를 접기보다는 손바닥으로 치거나 바람을 일으켜 뒤집기를 하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삼각기둥 모양으로 접었던 학알도 꽤나 재미가 있었다. 종이로 접을 수도 있었지만, 스카치테이프로 접어 투명하게 만들었던 것이 유행이었다. 그 안에 작게 종이를 넣어 나름 응용하기도 했다.
따로 종이가 없어도 집에 있는 색종이, 마스킹테이프 등으로 만들 수 있다 / 전은지 기자
학접기 만큼 유행했던 종이접기는 별접기, 장미접기. 문방구에서 별접기 종이, 장미종이를 팔았었다. 길고 긴 종이를 묶듯이 접어 선에 따라 돌돌 감아주고 마지막에 별 모양으로 살살 접어주면 입체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모양이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나중엔 친구들이 남자친구에게 선물한다는 핑계로 ‘품앗이’를 강요하기도 했다.

장미접기도 비슷한 맥락으로 유행했었다. 예쁘게 접기 위해 손으로, 손톱으로 누르다보니 종이 색소가 물들어 빨갛게 변하기도 했었다. 종이만 있으면 다 만들 수 있었기에 그 어떤 수공예보다 접하기도 쉬웠던 취미였다.


직접 만든 ‘미니카’로 벌이는 방과후 레이싱

프라모델의 시작은 미니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쉬는시간만 되면 남자애들은 끼리끼리 모여, 어떻게 하면 미니카를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 연구했다. 어떤 모터를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고, 혹은 차체 뚜껑 없이 만들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견고하게 만든다며 고무줄을 친친 감았던 기억도 난다.
일본 타미야 제품사진
미니카 키트 설명 / 일본 타미야 제품사진
조립판에서 하나씩 부품을 떼어 만드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본질은 문방구 앞에 설치된 레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었다. 학교 교실 뒤편 바닥에서 열심히 연습한 결과를 뽐내는 곳이었다. 그 앞만 지나가면 실제 자동차 매연처럼 매캐한 냄새가 자욱했다.

미니카 열풍을 이끌었던 제조사 일본 타미야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여전히 미니카는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니아층이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달고나 만들기 열풍은 문방구 앞부터 시작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달고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림에 맞춰 떼어먹으면 하나 더 주는 재미도 있지만, 달달한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하교길 교문 앞에서 유혹하던 달달한 냄새는 달고나 기계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달고나 / 위키백과
쉽게 달고나를 만들 수 있는 기계, 챌린지로 유행했던 달고나 커피 / 온라인 커뮤니티 (https://www.instiz.net/pt/1665861), 전은지 기자
달고나 유행도 돌고돌아 현재까지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달고나 커피 챌린지’가 유행했기 때문. 400번 저으면 팔이 없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만, 만들어서 사진을 보내준 친구의 말로는 맛은 그 어릴적 먹던 달고나처럼 달고 부드럽다고 한다.


지우개 도장부터 최애 사진으로 만드는 필통

소소한 수공예는 직접 쓰는 문구제품에도 있었다. 잘 지워지지 않고 크기만 커다란 지우개에 맘에 드는 모양이나 이름을 파서 도장으로 만들었다. 학교 수행평가 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개에 파서 도장으로 만드는 과제도 있었다. 또한, 지우개는 스트레스 해소 물건 중 하나. 연필이나 샤프심으로 꾹 누른 자국이 하나씩은 있어 멀쩡한 지우개 찾기가 어려웠다.
연필로 콕콕 찌른 자국이 있는 지우개가 많았다. 도장을 만들 때는 네모로 각진 지우개를 사서 만들었다 / pixabay
기자도 남아도는 지우개에 글씨를 파서 쓰기도 했다. 공부 안하고 이러고 있었다 / 전은지 기자
또한, 펜에는 단순히 이름을 쓰는 대신, 최애 연예인의 사진과 문구를 담은 펜 띠와 하드보드지에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붙이고, 비닐로 포장해 필통으로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일명 핸드메이드 필통이다.
주인공 덕선이가 가지고 다니는 필통 /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펜 띠는 포토샵을 잘 다루는 금손이 카페나 홈페이지에 올려놓으면 다운받아서 인쇄해서 잘라 붙이는 방식이었다. 펜에 돌돌돌 말아 붙인 문구는 대부분 “○○오빠를 사랑하는 ▲▲이의 펜입니다. 가져가지 마세요. 쓰시면 돌려주세요” 등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글거리는 멘트다.

필통 역시 마찬가지다. 최애 사진으로 도배를 한 뒤, 필통 안에도 최애 사진으로 만든 시간표 등을 붙여놓았다.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은 팬질이었다.

요즘은 예전처럼 교실에서 유행하는 핸드메이드를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소통하고 놀기 때문. 유행이라고 하면 카메라 앱으로 영상찍기일듯하다.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취미생활도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쉬는시간 잠깐동안 손으로 만드는 재미를 놓치는 아이들이 안타까운 맘이 들기도 하다. 유행이 돌고 돌 듯이, 그때 그 시절 유행했던 핸드메이드가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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