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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들 ‘뭉클’하게 만드는 고양이 웹툰들

동아닷컴 2020-03-07 07:20
“내 인간. 참말로 손 많이 가는 집사다. 좀 귀찮긴 해도 내가 돌봐주면 그만이지만, 내게 남은 시간이 인간과 다르단 걸 알기에 애잔함이 겹겹으로 쌓여간다. 나까지 사라지면 이 인간, 어쩌면 좋냐옹.”

3월 1일 출간한 만화 ‘남은 고양이’(창비) 도입부에서 늙은 고양이 ‘고선생’이 집사 ‘은수’를 바라보며 내놓는 독백이다. 은수는 14년을 함께 지낸 다른 고양이의 죽음을 맞아 실의에 빠졌다. 그를 걱정하던 고선생은 “내 인간이 나 없이도 튼튼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내 남은 시간을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김경 작가의 만화 ‘남은 고양이’ 중 일부. 늙은 고양이 고선생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인간 은수가 자기 없이 홀로 남겨질 미래를 걱정한다. 고선생이 집안의 온갖 남겨진 사물들과 힘을 모아 은수의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고자 애쓰는 이야기를 그렸다. 창비 제공
반가운 친구와의 악수마저 피하며 걱정과 불안 속에 지내야 하는 시기다. 무슨 일 있냐는 듯 잠깐씩 인간을 건네다 보는 고양이의 존재는 이럴 때 적잖은 위로가 된다. 창가 햇볕 아래 태평하게 등을 동그라니 말고 누운 반려 고양이가 아쉬운 독자에게 권할 만한 고양이 만화들을 소개한다.

‘남은 고양이’는 요란한 겉치레의 위로 없이 차분한 온기를 전하는 만화다. 주인공 고양이 고선생이 축 처진 인간 은수의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해 특별히 벌이는 일은 딱히 없다. 그저 인간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곁에 머문다. 삶의 고비에 그런 존재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경험으로 알게 된 독자에게 큰 공감을 준다.

“자고로 묘생(猫生) 수칙이라 함은 거절은 단호하게, 승낙은 훈훈하게, 기쁨은 무던하게, 아픔은 의연하게, 사랑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고선생의 훈계는 잠깐이라도 고양이와 생활해본 이들은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김경 작가는 “고양이는 (신이 창조한) 걸작품”이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적절한 부분에 인용했다. 그의 전작 ‘상상고양이’도 고양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행동에 따뜻한 웃음을 버무려 그려낸 만화다.
‘주짓수와 고양이’의 작가 HereC는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고양이 화장실 치우기다. 반려 고양이는 깔끔한 미니멀 라이프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네이버웹툰 제공
‘주짓수와 고양이’ 작가 HereC의 반려묘.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에 연재 중인 ‘주짓수와 고양이’는 실전 격투기인 주짓수를 가르치며 고양이 4마리 루피 토리 맹구 쿠키와 함께 생활하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주짓수 수련과 대련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이지만 드문드문 고양이 집사로서의 일상을 그려 애묘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작가 HereC는 “아내와 고양이들이 곁에 있어준 덕분에 40대의 늦은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재로 한 웹툰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마음이 지쳐갈 때 곁에 앉은 고양이의 온기를 느끼며 창밖 하늘을 바라보면 ‘지금 내가 하는 고민과 걱정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툭툭 털어내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로나 격려의 이야기보다 그저 생각 없이 가벼운 웃음을 안겨주는 만화가 필요하다면 최근 완결된 웹툰 ‘냥하무인’을 권한다. “내가 선물이니까 인간 너는 닥치고 받아”라는 오만한 자세로 집사를 간택한 길고양이가 인간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내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다. 애교 한 톨 없이 인간을 박박 다그치는 뚱보 고양이의 허세가 묘하게 흥미롭다.

박성현 작가는 “고양이는 못생기고 뚱뚱하고 시크할수록 귀엽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길고양이를 입양하고 나서 부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에 못잖게 행복해졌다. 털 묻으니 검은 옷 안 사게 되고, 냄새가 나니 청소 자주 하게 되고, 집이 작게 여겨지니 큰 집으로 옮기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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