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의 힙한 반란이 시작된다, 오트사이드

마시즘
마시즘2022-05-2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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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음료 업계 트렌드는 단연 ‘없애기(-)’다. 맥주에선 알콜을 빼고, 콜라에서는 설탕을 빼며, 심지어 소를 키우지 않아도 우유를 만든다. 우리는 이것을 식물성 우유, 또는 대체 우유라고 부른다.

대체우유라고 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다고?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체우유, 즉 ‘두유’를 마시고 있었으니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콩 뿐만 아니라 아몬드, 현미, 쌀, 귀리 등 다양한 재료가 새롭게 우유로 탄생한다는 거랄까?
오늘의 마시즘은 귀리우유 중에서도 가장 힙스터이자 신인, ‘오트사이드’에 관한 이야기다.
심심한데 귀리로 우유나 만들어볼까?
코로나가 낳은 괴물.. 아니, 가장 혁신적인 브랜드
2년 전을 떠올려볼까? 그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서 달고나를 1000번씩 저어 먹으며 집콕의 무료함을 견디던 시절이다. 하지만 31살 베네딕트 림(Benedict Lim)은 남들과 조금 다른 걸 젓고 있었다. 그가 휘젓던 것은 다름 아닌 ‘귀리’다.
평소 베네딕트는 엄청난 미식가였다. 어려서부터 음식에 심취했던 그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식음료 회사, ‘크래프트 하인즈(케찹 만드는 그 회사 맞다)’에서 재무이사로 일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기 전, 우연히 귀리로 만든 우유를 맛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아니, 우유가 이렇게 질감이 부드러울 수 있다고?’

보통 사람들이라면 맛있는 음료를 마신 경험으로 충분히 만족하곤 한다. 하지만 베네딕트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게는 남들보다 유난히 섬세한 미각이 있었고, 수년간 글로벌 식품기업에서 쌓아 올린 사업적인 감각이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30대를 걸고, 하나의 실험을 하기로 한다. 자신이 직접 귀리로 우유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고립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된다. 그는 팬데믹으로 집에서 머무는 동안 무려 50개가 넘는 시음 버전을 만든다. 주변 동료, 가족들에게 나눠주니 “끔찍한 맛이다”라는 평가가 돌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귀리를 짜보고, 굽고, 볶아보면서 더 나은 맛을 위한 연구에 계속해서 매진한다.

2021년 12월, 베네딕트는 자신의 브랜드를 드디어 세상 밖에 공개한다. ‘오트사이드(Oatside)’의 탄생이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란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깐깐함의 종착역은 자체제작이다?
공장까지 세울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요새 식품업계에서는 아무도 공장을 짓지 않는다. 대부분 남의 공장 설비를 빌려서 쓴다. 그게 훨씬 효율적이고, 간단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흔히 OEM, 위탁생산이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오트사이드도 OEM 방식으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가 만들고 싶은 방식은 기존 공장 시설로는 구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마치 인테리어를 하려고 하는데, 업체에서 보내준 시안들에는 내가 원하는 게 없는 상황과 비슷하달까? 그럴 땐 큰돈을 들여 일일이 맞춤 제작을 하거나, 내가 포기하는 방법만이 남는다. 결국 오트사이드는 전자를 선택한다. 오직 오트사이드를 위한, 풀스택 전용 공장을 직접 짓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공장을 지으려면 못해도 200억이 필요했다. 이렇다 할 제품조차 없는 초짜 사장은 수많은 투자자에게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훗날 그는 이 시절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중 미국의 한 사모펀드에서 답변이 왔다. 2,200만 싱가포르 달러(우리돈 202억 가량)를 오트사이드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학창 시절 그가 인턴으로 일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오트사이드 맛은
1500만불짜리 맛
오트사이드는 남들과 다르게 공장을 직접 짓기로 선택하면서, 뜻밖에 다른 사람들이 따라할 수 없는 걸 해냈다. 바로 특유의 ‘맛’이다.

오트사이드를 컵에 따르면, 질감이 매우 진하고 진득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특별한 제조과정에 있다. 보통 귀리를 익힐 때는 찌는 방식을 이용한다. 그게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트사이드는 오히려 귀리를 찌지 않고 통으로 굽는 방식을 선택했다. 맛과 향을 위해, 전용 공장에서 로스팅 과정을 추가로 더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본래 귀리가 가진 특유의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났다.

때문에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는 다른 귀리우유와는 다르게, 오트사이드는 특유의 크림처럼 진득한 느낌을 만들게 된다. 200억을 들여 만든 자체 공장 덕분에 오히려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큰 격차를 만들고 시작하게 된 셈이다.
위기에 올라타면 기회가 된다,
오트사이드가 말하는 지혜
오트사이드는 마지막으로 현대인을 무장해제 시키는 마법의 조미료, 유머를 첨가한다. 종이팩의 옆면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곰의 애니메이션을 새겨 넣은 것이다. 남들이 양복 정장을 입고 있을 때, 홀로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춤을 추는 이 곰이야말로 오트사이드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압축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언제나 인생의 밝고 낙천적인 측면을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직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오트사이드지만, 벌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을 넘어 한국에도 진츨했다. 어쩜 코로나 시국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여러 국가에 진출을 할 수 있었냐는 물음에 그는 “(코로나로 인해) 요즘 사람들이 영상통화를 통한 비즈니스에 친숙해진 덕분”이라며 웃어넘긴다.

어쩌면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좋은 면을 발견하는 것이 오트사이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아닐까? 여전히 대체우유 시장은 쑥쑥 자라나는 풀들처럼 성장하고, 그 가운데 오늘도 수많은 경쟁사들이 생겨난다.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훌쩍 자라 있을 오트사이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참고문헌
- Oatside founder and CEO Benedict Lim on what makes the local oat milk brand distinct, Nafeesa Saini, Prestige, 2022.3.1
- Singaporean Ex-CFO of Heinz ABC Creates Oatside, a Creamy Oat Milk, to Win Over Dairy Lovers, Jessica Lin, Tatler asia, 2022.2.24
- Oatside Declares Itself First ‘Full-Stack’ Oat Milk Brand From Singapore, Amy Buxton, Green queen, 2022.2.9
- This 31-year-old Singaporean raised S$22 million to start oat milk brand Oatside, Lyn Chan, yahoo! news, 2022.4.18
- Get to know Singapore’s first oat milk, Oatside, Janice Sim, Vogue, 2022.2.17
- 호주산 100% 귀리음료가 온다…오트사이드(OATSIDE) 국내 론칭, 육성연, 리얼푸드, 20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