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 필수템, 드립포트를 잘 고르는 방법 3

마시즘
마시즘2022-05-28 0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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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 커피(coffee)라고 했던가. 코로나로 느닷없이 홈카페에 입문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든 에디터. 다이소는 싫지만 말코닉으로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운 홈카페 초심자들을 위해 이번 시리즈를 준비했다.

커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 원두? 추출 도구? 의외로 많은 바리스타들이 커피 맛을 크게 바꾸는 요소로 ‘물’을 꼽아. 커피의 맛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 물을 바꿔주기만 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거든. 진정한 고수들은 물을 잘 다루어. 그래야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으니까. 오늘은 물에 관한 도구 중에서도 특별히 ‘드립포트’에 관한 이야기야.

드립포트는 마치 운동화 같아. 신발 매장에 가면 직원이 어떤 운동을 주로 하는지, 무게감은 어떤지, 내 발에 꼭 맞는 모양인지 등 여러 요소를 꼼꼼하게 체크해주잖아. 드립포트도 똑같아. 가장 먼저 내가 선호하는 커피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립감이 좋은 포트를 선택해야 오래 쓰거든. 이왕이면 예쁘면 더 좋고 말이야. 그렇다면 드립포트를 고르는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드립포트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
나의 드립 스타일은?
드립포트를 고르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바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이야. 커피를 드립으로 내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먼저 ‘푸어 오버(pour-over)’는 한 번에 많은 물을 부어서 만드는 걸 말해. 미국, 유럽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야. 마치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물을 강하게 부어서, 물 자체의 무게를 이용하며 빠르게 추출할 수 있어. 애초에 원두 위로 넘치도록 물을 붓기 때문에 원두를 골고루 적시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 상대적으로 밝은 신맛이 도드라지는 라이트 로스팅(약하게 볶은) 원두에 잘 어울려.

만약 내가 푸어 오버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서 마신다고 가정해볼게. 이런 경우에는 물줄기가 굵게 나오는 드립포트가 확실히 편해. 생각해봐. 나는 시원스럽게 확! 붓고 싶은데, 물줄기가 쫄쫄쫄 나온다고 하면 많이 답답하겠지? 마치 배고파서 컵라면을 데워먹으려고 하는데 앞사람이 정수기 뜨거운 물을 다 뽑아가서, 한 방울씩 겨우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봐야 하는 심정이랑 비슷해.
하지만 ‘정드립(핸드드립)’ 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정드립은 일본에서 알려진 방식으로, 물을 아주 가늘고 얇게 천천히 끊어서 여러 번 부어주는 거야. 푸어 오버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물속에 원두가 잠기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다면 물이 확 나오면 안 되겠지? 이런 경우에는 반대로 아무리 주전자를 기울여도 일정한 속도로 물줄기를 얇게 졸졸- 유지시켜주는 드립포트가 좋아. 훨씬 안정적이거든. 손으로 계속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쉬지 않고 물을 부어줘야 하기 때문에 가볍고 움직임이 편안하다면 더욱 좋겠지.

먼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드립 방식부터 파악하고, 그다음에 내게 필요한 물줄기를 가장 잘 만들어줄 수 있는 드립포트를 선택하면 돼.
드립포트를 고르는 두 번째 기준,
전기선이 꼭 필요할까?
드립포트를 구매하려고 마음을 먹고 검색창에 들어가 본 적 있어? 나 정말 깜짝 놀랐잖아. 아니.. 무슨 주전자가 이렇게 비싼 거야? 1만 원대부터 30만 원대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더라고. 가격을 결정짓는 큰 요소 중에 하나는 전기 기능의 유무 차이야.
일반 주전자와 다르게, 전기 드립포트는 주둥이가 S자형으로 가늘고 얇은 게 특징이야. 물을 끓이고, 다른 드립포트로 옮겨 담을 필요가 없이 바로 커피를 내릴 수 있어서 편하게 쓸 수 있지. 무엇보다 전기 주전자의 가장 큰 장점은 정밀한 온도 조절이야. 커피를 만들 때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가 ‘온도’거든. 하지만 전기 드립포트는 주변의 날씨가 아무리 춥거나 바람이 불어도, 일정하게 온도를 유지시켜줘.
반면 전기 없는 드립포트는 재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 동이나 에나멜로 만든 것, 스테인레스까지 다양한 소재가 있어.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인이 있어서 선택하는 재미가 있을 거야. 고르는 재미가 있달까? 일반 드립포트는 캠핑이나 여행처럼 전기를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서 범용성이 좋아.

홈카페처럼 집에서만 주로 쓴다면 전기 드립포트가 아무래도 더 편하지. 온도조절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단점이라면 무게야. 아무래도 전기 기능이 추가된 이상, 일반 주전자보다는 무겁게 느껴지거든. 무게가 있다는 말은 민첩하게 손목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말이 돼.

만약 초보자라면 개인적으로 굳이 전기 주전자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대신 나는 가벼운 드립 포트를 다양하게 써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 나만의 드립 스타일을 찾아가 보는 것도 홈카페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거든. 가격도 상대적으로 부담 없고, 손목을 쓰는 연습을 하기도 훨씬 수월할 거야.
드립포트를 고르는 세 번째 기준,
내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마지막으로 고려할 것은 그립감이야. 아무리 좋은 운동화라도 내 발에 불편하면 손이 잘 안 가잖아? 아무리 비싸고 좋은 드립포트여도 내 손에 맞지 않으면 당근마켓행이 되니까.
우선 손잡이를 봐야 해. 손잡이가 크게 오픈형과 폐쇄형이 있거든. 만약 손이 큰 편이라면, 아무래도 오픈형을 쓰는 게 수월할 거야. 아예 ‘아돌프’ 처럼 손잡이가 없는 드립포트도 존재해. 손잡이와 주둥이 사이의 거리에 따라서도 느껴지는 무게감이나 그립감이 달라질 수 있어.

웬만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마음에 쏙 드는 것으로 고르는 걸 추천할게. 사실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면 그립감을 알기가 어렵거든.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지만
나는 도구 탓을 할 거야
처음에는 즐기려고 홈카페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커피를 향한 권태기가 올 수 있어. 가끔 커피가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있거든. 그럴 땐 도구를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우리는 초보자니까. 내 탓이 아니라 도구 탓을 해보는 거지. 정말로 도구가 잘못되어서, 혹은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그럴 수 있거든. 나한테 꼭 맞는 최적의 도구를 찾는다면 다시 커피가 행복해질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