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방법만 보면 안다, 기네스를 즐기는 완벽한 방법

마시즘
마시즘2022-02-25 08:00:02
공유하기 닫기
기네스를 캔맥주로 접하고 놀랐던 내가,
어느 순간 아일랜드행 티켓을 찾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어려운 맥주,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다른 모든 맥주를 가져다줘도 포기할 수 없는 맛의 맥주. 바로 ‘기네스(Guinness)’다.

기네스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 배우 콜린퍼스가 동네건달들에게 참교육을 시킨 후 기네스 한잔을 마시는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아이리시 펍에 가서 기네스를 마실 때면 마치 킹스맨의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검고도 짙은 루비색의 색감, 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 탄산감 대신 차오르는 풍부함 속에서 느껴지는 볶은 맥아의 고소하고 쌉쌀한 맛. 마지막으로 입안에 오래 남아있는 홉의 향기는 아름다운 겨울밤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여운이 깊다. 때문에 기네스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맥주라기보다, 부담되지 않게 완벽한 한 잔을 즐기는 품격 있는 맥주다. 그런데 사람마다 기네스를 즐기는 방법과 느끼는 맛이 다르다고?

어느덧 기네스 덕후 10년 차 마시즘. 오늘은 기네스를 즐기는 5가지 유형의 사람이다. 과연 당신은 어떤 유형일까?
1. 맛이 왜 이러지?
기네스 초년생 캔따개
인간에게는 3번 변화의 순간이 찾아온다. ‘사춘기’, ‘결혼적령기’, 그리고 ‘기네스 처음 마시기’다. 이토록 맛있는 기네스의 맛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 이유. 그것은 한국사람들의 맥주 마시기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실 때 캔 뚜껑을 따서 바로 벌컥벌컥 마신다. 이런 빨리빨리 문화와 기네스 캔맥주가 만났다. 기네스 맥주의 캔 뚜껑을 따서 컵에 따르지도 않고 바로 마신다고? 오 마이 …
(기네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놀라는 기네스 공 ‘위젯’)
마신 사람도 놀라고, 보는 사람도 놀라는 순간. 기네스는 크림과 같은 거품의 맛을 느끼지 않으면 온전히 즐겼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캔으로 판매되는 기네스의 경우 컵에 따라야 거품이 완성된다. 캔 안에 딸랑딸랑 들어있는 공은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주는 ‘위젯’이다. 이것도 모르고 맥주 안에 불순물이 들어있다고 한다면… 환영한다. 당신은 취향의 세계 기네스에 방금 처음 입문했으니까.
극단적 진화유형
어둠의 캔따개 : 캔으로 바로 마시는 기네스만 마시는 사람. 우연이 빚은 미식의 괴물.
2. 119.5초의 미학
퍼펙트 한 테크니션
무언가를 좋아하면 어떤 경지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성실한 타입. 기네스 전용잔을 갖고 있거나, 구비해야 하나 망설이는 단계다. 기네스 맥주가 따르는 방법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과연 26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석학들이 만들고 계승한 기네스 마시는 방법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고 할까?
(기네스는 테크닉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기네스를 따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전용잔을 45도 기울여 기네스를 3/4 정도 채운다.
2. 기네스가 3/4 정도 올라오면 잔의 각도를 서서히 세운다
3. 테이블에 기네스를 놓고 119.53초를 기다린다
4. 거품과 맥주가 분리되면 그 위에 기네스를 따라 잔을 채운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신경 써서 따를수록 맛이 더해진다. 특히 마시는 순간만큼이나 맥주를 만드는 과정이 재밌다는 점을 알아버렸다. 119.53초간 기다리며 잔 안에서 폭포수 같은 물결이 일어나는 서징(Surging) 현상을 구경한다거나, 도자기처럼 매끈한 질소 거품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극단적 진화유형
투머치 기네스토커 : 침묵의 119.5초 동안 기네스의 역사부터 유머를 쏟아낸다. 그게 나다.
3. 이 음식에는 이 맥주
한상차림 푸드파이터
맥주를 생각할 때 맥주 만이 아닌 어울리는 음식, 어울리는 사람과 상황을 고려하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은 맥주를 떠올리면 치킨을 자동반사적으로 말하지만, 기네스의 푸드 페어링은 특별하다. 전통적으로 기네스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알려진 조합은 ‘굴(Oyster)’이다. 겨울철 굴과 함께 즐기는 기네스는 향부터 맛까지 엄지를 아끼지 않고 들 수 있는 조합이다. 짭짜름한 굴에 묵직하고 담백한 기네스의 조합이란.
(기네스 소스만으로 엄청난 풍미를 보여준 기네스 와퍼)
하지만 푸드파이터 유형의 사람들은 그 이상의 조합을 찾는데 노력과 실험을 그치지 않는다. 버거킹의 ‘기네스 와퍼’를 먹었을 때도 알았지만 기네스와 햄버거의 조합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이 외에도 스테이크나 바베큐 같은 고기류와 함께 마실 때는 기네스가 고기의 기름감을 풍부하게 잡아준다. 초콜릿(혹은 초콜릿 디저트)과 함께 마실 때도 초콜릿의 달콤 쌉싸름한 풍미를 훨씬 레벨업해준다. 기승전기네스 같지만, 완벽한 한상을 위해서는 좋은 맥주를 빼놓을 수 없는 노릇이니까.
극단적 진화유형
기네스 특급요리사 : 기네스 소스를 가지고 각종 음식을 만드는 식음료 통합형 인재.
4. 정석을 넘어 마이웨이
맥주 칵테일 바텐더
기네스 맛의 가능성을 정답 밖에서 찾는다. 전통의 기네스 마시는 방법을 거부한 언더독 기질이 있는 유형이다. 일반적인 맥주와 다르게 짙고 검은 루비 색깔의 기네스는 맥주 칵테일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페일 에일이나 라거 계열의 맥주를 따른 후에 그 위에 기네스 맥주를 올려 층분리를 하는 ‘하프 앤 하프’가 가장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더티호’, 영국에서는 ‘블랙 앤드 탄(강아지 이름을 따서)’이라고 불린다.
(라거 맥주 위에 기네스로 층분리를 하면 홈파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한 편으로 이들은 만들 때 보이는 퍼포먼스를 중시한다. 하프 앤 하프를 만들기 위해 숟가락을 뒤집어서 조심스럽게 기네스를 따르는 모습이라거나, 아이리쉬 부머처럼 베일리스 리큐르를 기네스 잔 안에 퐁당 빠트리는 모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세에는 비판적이지만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는 유형이라고 할까?
극단적 진화유형
기네스 근본주의자 :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갖은 실험 끝에 아이리시 펍에서 마시는 기네스가 제일임을 알아버린 현자.
5. 맥주는 본토에서 마셔야지
성지순례 모험가
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맥주를 마시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맥주를 마시기 위해 그 나라를 가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유독 기네스는 맥주에 반해서 도시를 찾아오는 사람의 비중이 많다. 그만큼 특별하고, 더 알고 싶은 매력이 가득하기 때문이 아닐까?
(코로나가 끝나면 기네스를 마시러 더블린에 갈 것입니다)
더블린에 간다면 즐겨야 할 거리들이 있다. 먼저 기네스 최초의 공장이 만들어진 ‘세인트제임스 게이트 양조장(St. Jamess’s Gate Brewery)’에 위치한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를 방문해서 갓 만들어진 신선한 기네스를 마시는 것이다. 기네스 맥주의 역사와 양조과정까지 철저하게 보고 느낀 후에 마시는 신선한 기네스의 맛은 어떤 나라에서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만의 펍 문화를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아일랜드야 말로 밥집보다 펍이 많은 나라며, 펍 안에는 다양한 즐길거리, 그리고 기네스를 사랑하는 진짜배기들이 살고 있다. 모험가 유형의 사람들은 짧은 여행기간 동안 기네스와 펍 문화를 완전히 즐기기 위해 펍을 순례하는 ‘펍 크롤링(Pub Crawl)’을 즐겨한다고.

극단적 진화유형
기네스 취업 : 이 이상은 아일랜드 체류… 아니 취업밖에 답이 없다.
어떻게 즐겨도 맛있다
당신의 기네스 유형은?
한 잔의 맥주를 마시는 데에도 이토록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이는 기네스가 단순한 맥주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랑하고 즐기는 문화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기네스를 사랑하고 마시는 방법에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하지만 오늘 밤에 마실 한 잔의 기네스가 당신에게 큰 행복감을 선물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글은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