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 않고도, 취한 듯이...새로운 대세 무알콜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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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2-01-11 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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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의 무알콜 맥주 코너 /세븐일레븐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편의점에서 일반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는 무알콜 맥주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볍게 음주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크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무알콜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배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여성과 20대가 무알콜 맥주를 많이 구매한 것이 눈에 띄며, 무알콜 맥주의 남녀 성별 매출 비중은 여성이 70.9%를 차지해 남성(29.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무알콜 맥주 인기에 상품도 다양해졌다. 무알콜 맥주가 지난해 3종에 불과했지만 올해 7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체 맥주에서 무알콜 맥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크진 않지만 그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즐기기 위한 음주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무알콜 맥주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취하지 않는 게 좋아, 무알콜 맥주
여러 무알콜 맥주 /flickr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코올은 "독성과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정의되어 매년 전세계 30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전체 질병의 5%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술에 약한 사람들, 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무알콜은 알콜이 없거나 0%에 가깝게 만든 것으로 무알콜 맥주, 스파클링, 와인 등이 있다. 다만 알코올 도수가 완전히 0%가 될 수는 없어 무알콜 맥주의 경우 대부분 도수 0.5% 정도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

대개 음주는 여러 나라에서는 합법이지만, 술이 불법으로 취급되는 나라에서는 무알콜 음료가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수십년 전부터 무알콜 맥주는 기본적으로 에탄올을 끓여 만들었다고 한다. 다만 이 방식은 원래 맥주의 맛과 향을 파괴해, 사람들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 알코올을 최대한 제거한 맥주를 만드는 것에 매달렸다.

중세 유럽에서는 오염된 물을 대체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무알콜 맥주를 만들어 소비했다고 하며, 이 음료는 박테리아를 죽일 만큼의 알코올 농도가 존재했다고 한다. 맥주가 물의 대체제로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맥주는 적어도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보리로 우려낸 맥주는 목이 마른 노동자들에게, 에너지가 필요한 농민들에게 많은 열량을 제공하는 음료였다.

최초의 무알콜 맥주는 1919년 미국에서 등장했는데, 이 기간 동안 금주법으로 인해 약 0.5% 이상의 알코올이 함유된 주류는 생산, 수입, 운송, 판매 모두가 금지되었다. 정부는 모든 음료에 알코올 함량은 부피 기준 최대 0.5%라 규정했고, 오늘날 무알콜 맥주의 알코올 도수(ABV)제한량도 이 정도다. 분명히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아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이 무알콜 맥주의 맛과 향을 개량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에른 무알콜 맥주 /flickr
이 금주법을 피하기 위해 앤하이저 부시, 밀러, 슐리츠 등의 양조장들은 맛이 엷은 알코올 도수 0.5% 미만의 맥주들을 생산해야 했다. 미국에서 무알콜 맥주는 금주법 전후로 대중화가 되었고,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금주법은 해제되었지만 일부 술 애호가들은 여전히 무알콜 맥주를 원했다. 소비자의 선호도에 발맞추기 위해 미국의 여러 주류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담백한 맥주를 만들어 냈다.
오둘수 /flickr
주류 회사인 앤하이저 부시가 내놓은 '오둘수 O'Doul's'는 꽤 옛날에 출시되었지만 지금도 잘 팔린다고 한다. 오둘수가 출시되고 30년도 더 넘은 지금, 사람들의 맥주 취향이 바뀌고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을 생각하는 분위기가 대두되며 논알콜 맥주 시장 또한 성장세에 있다. 복스(Vox)에 따르면 세계 소비자들 중 40%가 건강을 이유로 알코올 소비를 줄였다고 하며, 2016년 기준 미국 맥주 시장에서 무알콜 맥주는 2% 미만이었지만 2019년 약 23%까지 성장했다고 한다.

무알콜 맥주는 발효를 하지 않거나, 진공 증류 방법을 사용하거나, 보통보다 적은 양의 곡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맥주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가열이다. 알코올은 물보다 끓는점이 낮아, 발효된 맥주는 약 78도에서 가열되어 알코올 도수가 0.5%에 이를 때까지 보관된다. 요즘의 무알콜 맥주는 효모가 없고,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알코올이 생성되기 전 효모를 제거함으로써 알코올을 줄이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일부는 진공 증류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진공에 의해 알코올에 끓는점은 약 48도까지 낮아질 수 있어 맛에 지장을 덜 준다. 맥주에서 또 중요한 것은 거품인데, 대개 훌륭한 맥주는 병 안에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탄산을 만든다.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 하나가 이산화탄소로, 이것은 거품을 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무알콜 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들은 병입(canning)과정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까다롭기도 하고, 잘못하면 병이 폭발할 수 있어 위험한 작업이다.
무알콜 와인 /flickr
요즘은 무알콜 맥주 말고도 무알콜 스파클링, 무알콜 와인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 특히 무알콜 와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발효되지 않은 포도 주스라 생각할 수 있는데, 무알콜 와인은 발효된 와인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과정을 더한 것 뿐이다. 포도 주스가 포도의 추출물에서 나온 것이라면 무알콜 와인은 일반적인 와인 제조와 매우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이 생산 과정에서 포도를 달콤하게 만드는 당의 대부분이 알코올로 변화하며, 이후 참나무 통에 담긴 와인은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와인은 새로운 향을 내고, 맛의 균형을 갖춘다. 그래서 무알콜 와인은 포도 주스보다는 덜 달지만 포도 주스가 갖고 있지 않는 향과 맛을 더 낼 수 있다. 무알콜 와인 역시 알코올 도수는 0.5%를 넘지 않는다. 무알콜 와인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단연 맛인데, 확실히 알코올이 들어간 와인과는 다른 맛을 낸다.

무알콜 와인들은 대개 가벼운 식감을 갖고 있고, 같은 향을 내는 와인이더라도 알코올이 들어간 와인에 비해 맛이 덜 강하다고. 대신 알코올이 방부제 역할을 하며 와인을 신선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무알콜 와인은 이 알코올이 없어 일반 와인만큼 오래 가진 못한다. 밀봉된 무알콜 와인은 몇 년간 지속될 수 있지만 뚜껑을 따는 순간 빨리 마셔야 한다. 당일날 다 마시지 못한다면 다시 밀봉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적어도 2-3일 이내 마셔야 한다.
폴란드의 인기 맥주인 지비에츠 /flickr
이렇듯 다양한 기술을 통해 여러 양조장에서는 다채로운 맛과 향을 가진 무알콜 맥주를 만들고 있다. 무알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들은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전통 맥주에 가까운 맛을 내는, 극비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한다. 수십년간 무알콜 맥주는 유럽, 영국, 캐나다에서 인기를 누렸고 이것은 일반 맥주와 같은 맛이 나는 무알콜 맥주라는 유행을 만들었다.

무알콜 맥주에는 보통 0.5%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보통 맥주보다 칼로리가 낮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크래프트 에일, 스타우트 같은 맛과 향이 나는 무알콜 맥주를 즐긴다.
버드와이저의 무알콜 맥주 /월마트 공식 홈페이지
이미 2017년 여름, 하이네켄은 유럽에 무알콜 하이네켄 0.0을 출시했고 버드와이저는 영국과 캐나다에 무알콜 맥주를 출시했다. 옛날에야 맥주 시장엔 몇 개의 무알콜 맥주 브랜드가 있었고, 향과 맛도 다양하지 않았지만 이제 대형 브랜드와 수제 양조장들이 여러 무알콜 맥주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골든 로드 브루잉의 총지배인 댄 해밀은 무알콜 맥주를 두고 '지난 수십년간 무알콜 맥주 부문에서 혁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양조업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기회'라 말한다. 아직 무알콜 맥주는 전체 맥주 시장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무알콜 맥주가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벨기에의 맥주 제조 회사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는 2025년까지 전세계 맥주의 20%를 무알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고, 세계적인 주류연구기관인 'IWSR'은 2024년까지 전세계적으로 무알콜 시장이 약 31%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바리아 무알콜 맥주 /flickr
특별한 건 무알콜 맥주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이 근육 회복과 신체의 성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원래 운동 후 맥주는 독약이라 할 정도로 좋지 않다. 맥주는 근육 손상, 피로 회복을 늦추고 탈수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지만 무알콜 맥주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독일 올릭핌 스키팀 주치의인 요하네스 슈어에 따르면 올림픽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무알콜 맥주를 즐긴다고 한다. 무알콜 맥주의 폴리페놀 성분이 근육 손상으로 인한 염증을 완화시켜 준다고.

수년간 여러 연구들에서는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건강에 좋다는 결과를 냈다. 그러나 가벼운 음주라도 질병, 특히 암일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미국 암협회, 암연구소 등을 포함한 여러 단체들은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말한다.
펍에서 즐기는 무알콜 맥주 /flickr
무알콜 맥주는 알코올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들에게, 또는 술에 약하지만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다. 그러나 임신한 여성,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우리나라 주세법에서 '주류'란 알코올이 1도 이상인 음료라 규정하고 있으며, 알코올을 1% 미만으로 함유한 음료의 경우 '비알콜', '논알콜', '논알콜릭'으로 표기를 해야 한다. 아무리 소량의 알코올이라 해도 임산부나 환자 등 취약 계층의 경우 마시는 것 자체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알코올 함유량이 0.05%나 0.01%이어도 엄연한 알코올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임산부는 마시면 안 된다. 일부 무알콜 맥주에서는 논알콜, 또는 0.0%라 표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엄연히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제품에 'ALL-FREE'라는 표현이나 0.00%라 표기되어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알코올이 없는 무알콜 맥주이니 이 같은 경우는 임산부도 마셔도 된다. 정말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 무알콜 맥주는 아이가 마셔도 될까? 그건 아니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제9조, 정서저해 식품 및 판매 금지법에 따라 어린이의 정서에 해하는 식품은 금지라고 되어 있다. 무알콜 맥주라고는 하지만 모양과 상표 등이 실제 맥주와 동일하기 때문이며, 간혹 문방구에서 볼 수 있는 맥주 모양의 젤리나 사탕 또한 아이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무알콜 맥주, 주의해서 마셔야 하는 이유 /flickr
무알콜 맥주라 해도 엄연히 소량의 알코올은 들어 있으므로 알코올 중독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안전하지 못하다. 무알콜 맥주의 생김새, 향, 풍미는 이제 술을 끊어 가는 사람들에게 또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또 무알콜 맥주가 일반적으로 칼로리가 낮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탄수화물과 당이 들어 있어 다이어트 목적으로 마시는 것도 좋진 않다. 다만 무알콜 맥주는 알코올을 적게 섭취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니 취하고 싶지 않지만 술이 당기는 날, 운동을 열심히 하고 맥주가 한 잔 당길 때에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