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의 미래는 초소형에 있다? 샷 주스의 모든 것

마시즘
마시즘2021-11-20 09: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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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휴대폰이 반으로 접힌다고?
휴대폰에 대한 욕망은 끝없이 변화한다. 20년 전만 해도 더 큰 화면을 욕망하던 우리는 결국 ‘접히는 액정’을 발명해 이제는 다시 휴대폰을 접어버리고 있다. 더 작게, 더욱 콤팩트한 사이즈를 원하는 욕망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사이즈를 축소시키고 싶은 인류의 욕망은 음료에도 적용된다. 이왕 마신다면 짧고 굵게, 빠르고 압축적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 한 잔의 음료에 담기는 것이다.

오늘은 주스계의 에스프레소. ‘샷 주스’에 대한 이야기다.
샷 주스, 그게 대체 뭔데?
새로운 영역의 주스가 해외에서 떠오르고 있다. 바로 ‘샷 주스(Wellness Shot Drink)’다. 샷 주스는 일종의 초소형 녹즙이다. 한국의 녹즙이 시금치, 케일 등 원재료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해외의 샷 주스는 ‘에너지’, ‘슬리핑’ 등 기능과 효과에 더욱 주목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코로나19와 함께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반뼘 정도의 크기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편의성과 기능을 함께 갖춘 샷 주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작고 귀여운데다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료라니. 이거 마시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
1. 생강이 여기서 왜 나와?
콜 웰니스의 진저샷
© KOR WELLNESS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진저샷(Ginger Shot)은 생강을 ‘콜드프레스(Cold-Press)’, 즉 냉장 압축 방식으로 짜내어 담았다. 냉압축방식은 효소와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강의 쓴맛까지도 생생하게 담겼다는 점이지. 그런데 이걸 한입에 털어넣는다고?

그렇다. 미국 사람들은 이걸 냉장고에 넣어두고 기침이나 숙취로 괴로울 때마다 찾는다. 마치 우리가 체할 때 찾는 까스활명수처럼, 어딘가 기운이 편치않고 불편할 때 ‘진저 샷’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집에서나 보았던 생강이, 힙한 디자인을 입고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재밌는 점은 우리 할머니는 더부룩할때 코카콜라를 마시고, 뉴요커는 생강을 마신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동서양의 화합, 위아더월드인가. (아니다)
2. 번아웃을 책임지는 힐러?
누미 오가닉 티의 데일리 슈퍼샷
© Numi Organic Tea
샷 주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에너지다. 하지만 한국에서 각성효과로 대표되는 에너지드링크의 개념과는 달리, 해외의 에너지음료는 보다 ‘치유’나 ‘정화’의 느낌에 가깝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데일리슈퍼샷(Daily Super Shot)은 이름부터 ‘에너지 리프트(Energy Lift)’, ‘마인드 토닉(Mind Tonic)’ 이다. 물론 이것이 플라시보 효과냐, 정말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유기농 차, 허브, 강황 등 건강한 재료를 고농축으로 배합해서 최대한 화학성분을 배제하고 만들었다는 점이다. 재료만은 건강하게 담았다는 것이 분명하달까?

생김새로 보나 효능으로 보나, 이것이야말로 지친 현대인을 위한 현실세계의 ‘포션’이 아닐까? 그동안 커피와 에너지음료의 카페인이 피곤한 우리를 깨웠다면, 다음 세대의 에너지 음료는 궁극의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 원샷이 가장 쉬웠어요,
빅 이지의 빅 이지샷
© Big Easy
빅 이지(Big Easy)는 미국에서 예쁘고 힙한 콤부차를 만들기로 유명한 브랜드다. 콤부차를 만들던 발효기술을 그대로 샷 주스에 담았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듬뿍 담아서 장 건강에 더욱 도움을 주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에 강황, 생강, 당근 등 다양한 유기농 재료를 혼합해서 맛과 기능을 끌어올렸다. 이쯤되면 샷 주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약사 아니면 연금술사의 포지션이 아닐까? (아니다)

또한 빅 이지샷(Big Easy Shot)의 매력은 50ml 내외의 자그마한 사이즈에 있다. 천천히 옆에 두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입에 원샷으로 털어마시고 효율적으로 치워버릴 수(?) 있는 것이다. 가방에 넣을 것이 항상 많은 현대판 보부상들에게도 샷 주스의 인기는 희소식이다. 커다란 콤부차 병을 치운 자리에 샷 주스를 넣고, 다른 것을 더 많이 챙겨다닐 수 있으니까 경제적이다. 물론 음악은 LP판으로, 음료는 유유자적 풍류로 즐기는 나같은 느림보 음료러(?)에게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겠지만.
4. 초소형 사이즈의 미학,
에단의 애플사이다
© Ethan’s
그런가하면 샷 주스를 유독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운동선수들이다. 빠르게 신체기능을 향상시키는데 관심이 많은 운동선수들이 애정하는 음료가 있으니 바로 ‘에단의 애플사이다(Ethan’s Apple Cider)’다.

헬스장에서 마주칠법한 이것의 정체는 바로 사과 사이다 식초다. 일종의 희석된 사과맛 식초랄까? 재미있는 점은 이것을 샷 주스로 만들게 된 계기가 다름아닌 ‘맛’에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는 아무도 사과맛 식초를 그란데 사이즈로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없을거라며 샷 주스의 작은 크기를 골랐다고 한다. 괴팍한 맛의 음료를 내고 싶은 창업자의 니즈와 빠르게 효능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교차한 만남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도 샷 주스를 만날 수 있을까?
일하는 사람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건강을 섭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지금의 샷 주스를 만들었다. ‘일’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 사람들이 아니던가. 일과 건강의 양립을 원하는 한국의 워커홀릭에게 샷주스는 미래이자 희망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세리 화이바 샷’ 등 한국에서도 조그마한 사이즈의 음료를 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샷 주스를 만날 수 있을까?

참고문헌
- GS25, 세리박스와 손잡고 MZ세대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뉴스와이어, 2021.10.20
- This Founder Was Raised on Stonyfield Farm–Literally. Now He Runs a $2 Million Company Selling Apple Cider Vinegar Drinks, inc.com, 2019.4.18
- Here’s What Nutritionists Think About The 5 Most Popular Kinds Of Wellness Shots, delish, 2020.6.24
- Numi Organic Daily Super Shots, progressive grocer, 2019.3.20
- Big Easy Shot, beverageindustry, 2020.8.26
- Kombucha on draft? Add Big Easy Bucha to your Nola Brew Tour!, arrowandphoenix, 2019.2.13
- Plant-based wellness shot maker secures $7 million investment, foodbusinessnews, 2018.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