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가 재미있는 해외 맥주 광고 BEST5

마시즘
마시즘2021-10-06 10: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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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크~~ 아~~” 전형적인 한국맥주 광고의 클리셰(Cliche, 상투적인 문구)는 맥주를 마신 사람들의 리액션을 보여주며 대중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야 너두 이거 마실 수 있어!”라고. 하지만 우리가 맥주를 한두 번 마셔본 것도 아니고, 이런 기계적 효과음에 마음이 뺏길 리 없다.

그래서 또 하나의 공식이 추가되었다. 요즘 핫한 모델들이 등장해서 “카~~ 크~~ 아~~”를 하는 것이다. 힙한 우리의 워너비(Wannabe)들이 마시는 맥주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누구나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이다. 내가 셀럽(Celeb, Celebrity)이 될 수는 없지만 셀럽처럼 맥주 한 잔은 할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달려가 맥주를 마시기엔 2% 부족한 듯하다.

전형적인 맥주광고에서 벗어나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광고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흥미 있는 이야기를 선물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위트 있게, 때로는 반전이 있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오늘은 맥주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해외 맥주 광고 시리즈 5편을 살펴본다.
1. 버드와이저 ‘Wassup(1999)’
첫 번째 광고는 버드와이저(Budweiser)의 레전드 광고 ‘Wassup(1999)’이다. 당시 칸 광고제와 클리오 광고제 등을 휩쓸었다. 광고의 구성은 의외로 단순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뭐해?”라고 묻는다. “TV 경기 중계를 보며 버드와이저를 마신다”라고 답하는 친구. 별일 없는 친구들에게 “와써어업~~~!!”하며 묻는 그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리고 그 순간에 당연히 버드와이저가 함께 한다.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을 ‘와써어어업~~~~’이라는 중독적인 말로 즐겁게 해주는 모습에서 마치 내 친구들과의 대화를 보는 듯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광고는 20년 동안 수없이 많이 패러디 됐다. 각종 영화나 TV쇼에 등장했고, 오바마의 선거캠페인에도 등장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친구의 안부를 다시 묻는 광고로 재탄생했다. 이제는 전화가 아닌 줌(Zoom)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달라졌다. 메시지는 ‘Checking in, that’s Whassup“이다. 요즘 시기에 맞춰 지금 당장 친구의 안부를 묻게 만드는 따뜻한 광고다.
2. 하이네켄의 ‘Walk in Fridge(2009)’
두 번째 광고는 하이네켄(Heineken)의 Walk in Fridge(2009) 광고다. 광고는 집들이라는 일상을 소재로 했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를 연상케 하는 4명의 여성들이 보인다. 그리고 집을 소개받는 친구들이 곧 환호성을 지른다. 누구나 꿈꾸던 집 안에서의 드레스룸과 함께. 여기서 반전은 또 하나의 환호성이다. 남성들은 드레스룸이 아닌 하이네켄으로 가득 찬 냉장고(창고형)를 보며 드레스룸을 본 여성들보다 더 격한 반응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남자들이 로망이 실현된 듯 말이다.
하지만 10년 후 하이네켄의 광고는 확실히 달라졌다. 당연히 이번에도 남성들이 맥주를 고를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니다.
여성들이 맥주를, 남성들이 칵테일을 고르는 장면에서 하이네켄은 이제 남녀를 떠나 누구나 함께 즐기는 맥주, 맥주를 적극적으로 마시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진다. 오히려 남자도 칵테일을 마신다는 광고 문구가 등장한다. 이 광고의 메시지는 “Cheer to all”이다.
3. 버드라이트 셀쳐의 수퍼볼 광고(2020)
세 번째 광고는 버드라이트 셀쳐(BUD LIGHT SELTZER)광고(2020)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을 연상시키는 이 광고 배경에서 주인공은 싱어송라이터이자 빌보드의 핫한 뮤지션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이다. 어느 바에 도착한 포스트 말론은 그곳에서 처음 버드라이트 셀쳐 망고를 만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몸속의 세포들과 장기들이 버드라이트를 맛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맥주판 인사이드 아웃, 음주판 유미의 세포들이 되겠다)
특히 맛을 본 혀의 격한 반응과 어떤 맛도 볼 수 없는 비장의 안타까움 등 디테일한 연출이 광고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2020 수퍼볼 광고로 송출된 이 광고의 2번째 시리즈는 편의점에서 버드라이트 오리지널과 셀쳐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몸속 세포들의 다툼을 보여준다. 결론은 돈 있으니 둘 다 먹는다는 허무한 결말이지만 사람들은 이미 즐겁게 둘 다 마시고 싶을 뿐이다.
4. 칼튼 드라우트의 ‘Big AD(2006)’
네 번째 광고는 호주 맥주 칼튼 드라우트(Carlton Draught)의 Big AD(2006)다. 엄중하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 광고는 말 그대로 거대한 광고를 보여준다.
(이 많은 사람들로 이… 런 일을 하고 말았다)
광고문구와 장면의 불일치가 묘미다. 마치 전쟁이 날 것 같은 장면에서 반전은 그 광경이 칼튼 드라우트를 마시는 장면을 구현한 것이라는 점을 알아챌 때다. 고대 전쟁과 같은 뭔가 대단한 장면이라 기대했던 만큼 우리의 감정은 맥주를 마시는 일이 그토록 큰 일이자, 꼭 해보고 싶은 일로 생각하게 된다. 단순하지만 스펙터클을 통해 맥주 마시는 장면을 위트와 임팩트로 전달해 준 광고다.
5. 기네스 맥주의 ‘Guinness clear(2019)’
마지막 다섯 번째 광고는 ‘맥주 광고 아닌 맥주 광고’ 기네스 클리어(Guinness clear)다. 세계 1위 흑맥주 회사의 위트와 자신감이 엿보이는 광고다. 1초, 1초가 아까운 광고 시간에서 기네스의 브루마스터는 투명한 기네스의 대단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우리가 흔히 보는 맥주광고와 같은 연출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제품은 출시된 적도 없고, 그냥 투명한 수돗물이라는 것이다.

뻔뻔하게 수돗물을 깨끗하다며 감탄하고 신중하게 마시고는 “sometimes less is more”라고 이야기하는 이 광고는 ‘디마케팅(Demarketing)’ 사례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네스의 자부심이 드러난 광고다. 기네스를 사랑하는 당신의 건강한 음주생활을 위해 물, 아니 기네스 클리어를 당당히 마시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맥주만큼 맛있는 맥주 광고를 기대하며
맥주를 마시는 재미만큼이나 맥주 광고를 보는 재미 역시 크다. 전형적인 맥주 광고를 넘어선 일상과 문화를 담은 광고들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 재미와 위트, 진솔함이 묻어나는 광고 속에서 맥주가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맥주 없는 삶을 상상해보라. 끔찍하지 않은가(아닐 수도 있다). 해외광고가 아닌 우리나라 광고에서도 격하게 공감하는 멋진 광고들을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