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둔 보석 같은 해변이 있다. ‘사람 반 물 반’인 휴가철 여느 해변과 달리 인적이 드물다. 천혜의 자연 경관까지 더해지니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근심이 있는 듯하지만 해변에 도착한 순간만큼은 최고의 휴가를 보낼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런데 이 낙원은 순식간에 지옥이 된다. 30분에 1년씩 시간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흐른다. 6세 남자아이 트렌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성인이 된다. 탁 트인 해변 어디에도 탈출할 곳이 없다. 18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올드(OLD)’ 이야기다.
‘올드’는 독창적인 스토리와 반전의 대가인 M 나이트 시아말란 감독의 신작. 시간이 초고속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안 이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아름답기만 했던 기암절벽과 바다는 그들을 고립시키는 ‘자연 감옥’으로 바뀐다. 탈출하려고 발버둥을 친 이는 집채만 한 파도에 휩쓸리는 등 죽음을 맞는다.
2011년 출간된 그래픽 노블 ‘샌드 캐슬’이 원작인 이 영화는 ‘관객의 시간’ 역시 빨리 가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 넘친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해변에 가뒀을까. 리조트 직원은 왜 하필 이들에게만 이 해변을 소개했을까.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작곡가 트레버 거레키스가 만든 영화 음악은 의도된 불협화음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공포지만 정반대로 ‘시간이 약’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노인이 돼버린 인물들은 젊은 시절의 갈등이 사실 별것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노화로 눈이 침침해지면서 아내를 더 자세히 보게 되고 귀가 어두워지면서 남편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스릴러물이지만 인생과 시간에 대한 고찰도 곳곳에 담겨 있다.
영화 속 해변은 도미니카공화국의 ‘플라야 엘 바예’. 공포의 해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내에 갇힌 관객들에게 멋진 해변에 다녀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삼켜버린 현재 상황과 맞물리는 부분도 있다. 영화는 지난달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그런데 이 낙원은 순식간에 지옥이 된다. 30분에 1년씩 시간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흐른다. 6세 남자아이 트렌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성인이 된다. 탁 트인 해변 어디에도 탈출할 곳이 없다. 18일 개봉한 스릴러 영화 ‘올드(OLD)’ 이야기다.
‘올드’는 독창적인 스토리와 반전의 대가인 M 나이트 시아말란 감독의 신작. 시간이 초고속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안 이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아름답기만 했던 기암절벽과 바다는 그들을 고립시키는 ‘자연 감옥’으로 바뀐다. 탈출하려고 발버둥을 친 이는 집채만 한 파도에 휩쓸리는 등 죽음을 맞는다.
2011년 출간된 그래픽 노블 ‘샌드 캐슬’이 원작인 이 영화는 ‘관객의 시간’ 역시 빨리 가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 넘친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해변에 가뒀을까. 리조트 직원은 왜 하필 이들에게만 이 해변을 소개했을까.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작곡가 트레버 거레키스가 만든 영화 음악은 의도된 불협화음으로 관객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공포지만 정반대로 ‘시간이 약’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노인이 돼버린 인물들은 젊은 시절의 갈등이 사실 별것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노화로 눈이 침침해지면서 아내를 더 자세히 보게 되고 귀가 어두워지면서 남편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스릴러물이지만 인생과 시간에 대한 고찰도 곳곳에 담겨 있다.
영화 속 해변은 도미니카공화국의 ‘플라야 엘 바예’. 공포의 해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내에 갇힌 관객들에게 멋진 해변에 다녀온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삼켜버린 현재 상황과 맞물리는 부분도 있다. 영화는 지난달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