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뮤직비디오 ‘앞댄서’로 참여한 ‘앰비규어스’

동아일보
동아일보2021-06-25 09: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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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가 6월 22일 공개한 ‘Higher Power’(Official Dance Video)에서 서울 종로구 예지동 시계골목을 배경으로 춤추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김보람 예술감독(오른쪽). 이번 영상은 앞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촬영분과 별개로 서울 종로, 여의도, 을지로 등지에서 촬영했다. 김 감독은 “종로의 횡단보도에서는 파란불이 켜질 때 10여 초간 후다닥 찍고 해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jino park
팝의 혁명, 마이클 잭슨의 ‘Thriller’(1983년)는 화면을 메운 좀비 댄서의 예술적 군무로 기억된다. 21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는 한국의 춤을 택했다. 신곡 ‘Higher Power’에 국내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앰비규어스)를 출연시킨 것이다. 외계인 댄서 역할인데, 뮤직비디오에서 비중이 콜드플레이 멤버들보다 높다.

6월 22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보람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예술감독(38)은 “마이클 잭슨은 나의 우상이자 스승이다. 백업 댄서 시절에는 그런 (대형 팝) 가수 뒤에서 춤추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우회적으로 이루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콜드플레이에 섭외를 ‘당하게’ 된 배경과 과정이 궁금하다.

“작년 12월부터 여러 경로로 섭외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사기인 줄 알았다. 촬영 약속을 하고 미국에 건너갈 때까지도 사실 반신반의했다. 브라이언 이노(U2, 콜드플레이, 데이비드 보위 프로듀서)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영상(네이버 온스테이지)을 보고 콜드플레이에 추천을 했다고 하더라.”

―콜드플레이 멤버들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올 1월 크리스 마틴(보컬), 필 하비(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화상회의를 했는데 크리스가 우리 춤을 너무 좋아하더라. ‘Higher Power’의 미완성 버전을 들려주기에 안무의 뼈대를 짜고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서 보완해 스튜디오에서 크리스 등과 함께 촬영했다. 직접 구성한 춤을 크리스에게 가르쳐줬다. 흥이 대단히 많은 친구였다.”

―그쪽에서 특별히 주문한 것은 뭐였나.

“없었다. 촬영 때 크리스가 ‘당신들이 콜드플레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당신들의 영상에 출연하는 것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미국, 유럽의 무용가들과 움직임부터 확연히 구분되는 독창성을 마음에 들어 했고 우리에게 전적으로 춤을 맡겼다.”
―지난달 영국 런던 템스 강변 수상 특설무대에서 진행한 콜드플레이의 ‘브릿 어워즈’ 오프닝 무대에는 홀로그램 형태로 출연했다.

“런던에 와서 함께하자는 요청을 받았지만 일정상 힘들었다. 결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특수 장비를 입고 촬영한 분신(‘모션 캡처’ 홀로그램)이 우리 대신 가게 됐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된 ‘범 내려온다’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자. ‘범 춤’의 뿌리는 뭔가.

“사실 우리가 수년간 연습을 시작할 때 추던 몸 풀기 춤이다. 이날치의 장영규 감독이 부탁해 온스테이지 촬영장에 갔는데 장 감독이 ‘최대한 자유롭게 이 안(촬영장)을 누벼 달라’기에 그저 한 시간 추고 온 게 ‘얻어 걸려’ 여기까지 온 셈이다.”

―한때 가수들의 백업 댄서로 활약했다고 들었다. 그때의 경험은 어땠나.

“5, 6년간 이정현, 코요태 등 다양한 가수의 무대에 섰다. 서울예대 무용과에 들어가며 현대무용에 눈떴다. 방송 활동 할 때부터 백댄서를 ‘딴따라’로 보고 무시하는 시선을 바꾸려 노력했다. 열아홉 살 때부터 수염을 기른 것도 어려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여전히 순수 무용과 대중 무용의 애매모호한(ambiguous) 경계에서 분투한다. ‘범 내려온다’ 이후 가수나 유명인의 뒤에 서 달라는 제안이 많지만 거절하고 있다. 콜드플레이와는 진정한 협업을 한 듯해 뿌듯하다.”

―앞으로 계획은…. 김 감독과 앰비규어스가 생각하는 좋은 춤이란 무엇인가.

“올 7월 광명시민회관 공연, 8월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참여가 예정돼 있다. 좋은 춤이란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를 통해 한국인들이 내재한 특유의 흥을 눈치 안 보고 발산했으면 한다. 몸치라며 빼는 분들이 있는데, 아니다. 누구나 춤출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