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책 판매 급증...레시피를 적은 요리책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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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1-05-27 15: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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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홈카페가 요즘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집에서 인터넷으로 영상을 찾아보고 요리를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3일까지의 요리책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9% 증가했다고 한다. 요리책 상위권들의 분야들도 다양하다. '브리첼의 감성 케이크', '1시간에 만드는 일주일 반찬', '맛있고 배부른 다노 다이어트 레시피' 등 다양한 장르의 요리들이 순위권에 올라 있다.

김현정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베스트셀러 담당은 “한식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요리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질수록 요리책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단순히 인터넷에서 요리 레시피를 찾는 것이 아닌, 직접 책을 구매해 보고 따라하며 요리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최초의 요리책은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요리의 조리법을 다룬 참고서인 요리책은 일반적인 요리 비법을 다룬 것에서부터 특정 요리나 자신만의 레시피 등으로도 만들어진다. 책 안은 대개 음식 삽화로 가득 차 있으며 기본적인 조리 도구, 대체할 수 있는 재료들, 요리에 담긴 역사나 스토리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전문적인 요리사나 음식 작가들이 쓸 수도 있고 요리 블로거들처럼 닉네임으로 이루어진 익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여러 요리 재료들을 적은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library.yale.edu
기원전 1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세 개의 점토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책일 것이라 추정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이 점토판을 전문가들이 해독한 결과 대부분은 육류를 기본으로 하고 몇 가지의 채소를 곁들인 요리들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요리의 재료만 나열했을 뿐 실제 요리하는 방법은 쓰여 있지 않다.
데 레 코퀴나리아 /아마존
유럽에서 가장 초기의 요리책이라 불리는 '데 레 코퀴나리아 De re coquinaria'는 로마의 미식가인 마르쿠스 가비우스 아피시우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500여가지의 요리법을 다룬, 고대 로마인들의 식생활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대 로마 요리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한 지중해 지역의 고대인들이 어떻게 음식을 먹었는지 복원하는 데 큰 단서를 제공하며 오늘날 해당 지역의 음식을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시간이 흐른 후 13세기 후반 유럽에서 처음으로 편집된 요리책이 등장한다. 초기의 요리책들은 주로 왕들을 위해 쓰였다. 이때는 군주나 왕자, 왕들을 위한 요리의 레시피들을 적은 책이었고 이 책들을 팔아 돈을 벌거나 사업을 하는 일은 없었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는 누가 가장 호화스러운 연회를 준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집안들간의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즉 이때의 요리책들은 왕족들이 그들의 연회가 얼마나 사치스러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이었다.

예를 들어 1387년 9월 12일 랭커스터 공작과 국왕이 제공한 연회에 대한 조항이 기록되어 있는데, "소금에 절인 14마리의 황소, 120마리의 양고기, 140마리의 돼지, 210마리의 게, 400마리의 토끼, 1만 1천개의 달걀"이라 적힌 것이다. 이 조항만 봐도 연회 자체가 얼마나 화려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요리는 점점 예술의 형태로 발전했고 훌륭한 요리사들이 잇따라 고용되었다. 이 경쟁에서 여러 사람들은 자신들의 요리법을 기술한 책들을 출판한다. 대부분의 책들은 번역되어 현재에도 볼 수 있는 책들도 있다.
그림과 글이 같이 있는 요리책 /pixaba
15세기 들어 인쇄술의 등장은 가장 부유한 고객층이 아닌, 즉 부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을 위한 요리책을 만들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평등, 민주주의, 계층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더이상 부자, 또는 가난한 사람들만을 위한 책을 내는 것이 적절한 마케팅이 아닌 것으로 바뀌게 했다.

물론 그 전까지 요리에 관한 책은 오랜 시간 계급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었다. 출판사들은 왕족이 아닌 일반 사람들을 염두에 둔 요리책을 내기 시작했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가정에서 필요한 것을 잘 아는 여성들이 요리책을 많이 썼고, 덜 비싼 재료로 요리를 간소화하게 만들 수 있으면서도 책을 보는 사람들이 요리법을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일부 출판사들은 여전히 독자들의 계급을 나눈 책을 출판하는 것을 유지했지만 하층민들을 위한 책도 내놓았다. 1870년대 말 뉴욕에서는 노동자 가족들을 위한 만찬을 소개하는 책이 출판되었고 비슷한 책들이 유럽 전역에 등장한다. 다른 출판사들은 특정 계층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채 책 제목을 '모든 가정', 또는 '모든 사람을 위한'이라 붙였다. 일부 인쇄된 요리책은 독자들이 개인적인 요리법을 직접 쓸 수 있도록 빈 페이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잡지에 인쇄된 요리법들은 보고 베끼는 것이 아닌 종이를 직접 잘라내 자신의 개인 요리책에 붙이는 일도 있었다.

19세기 이르러 현대적 형태의 요리책이 등장한다. 1796년 아멜라 시몬이 'American Cookery'라는 책을 출판하는데 이 책은 미국에서 인정받는 첫번째 베이킹 책이다. 빵, 머핀, 파이 등 여러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으며 첫 쿠키 레시피도 여기에 처음 등장한다.
일라이저 액턴의 Modern Cookery for Private Families /아마존
최초의 현대 요리 작가이자 가정 요리의 선구자였던 일라이저 액턴이 쓴 요리책인 'Modern Cookery for Private Families'은 전문 요리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을 구독자로 겨냥한 것이었다. 책은 재료를 나열하는 보편적인 과정부터 시작해 레시피를 전하면서 요리에 걸리는 시간까지 제시한다. 스타 셰프 데일라 스미스는 액턴을 두고 '영어로 된 요리책을 낸 최고의 작가'라고 극찬했다.
가정서 /아마존
액턴의 책은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요리전문가였던 이자벨라 비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가 출판한 '가정서 Book of Household Management'는 빅토리아 시대 가정을 운영하기 위한 일종의 지침서였다. 그러나 제목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내용은 요리법으로 구성되어 있어 'Beaton's Cookbook'이라고도 불린다. 비튼의 이 책은 대부분 색칠한 삽화로 이루어져 있고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요리법을 보여주는 최초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책에 실린 많은 요리법이 액턴을 포함한 초기 작가들 것을 표절한 것 빼고는 말이다.

요즘은 TV시리즈와 관련된 책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가 쓴 대부분의 요리책들이 그들이 직접 나오는 TV 프로그램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예로 각종 TV에 출연하는 백종원의 요리 레시피를 담은 책들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요리 연구가들이나 요리 블로거들, SNS의 유명 요리 전문가들이 요리책을 출판한다.

요리책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전문적인 요리사, 요리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 고안된 전문 요리책들은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담은 책보다 훨씬 더 많은 양들을 다루고 있다. 베이킹이나 반찬, 아이들을 위한 요리 등 특정한 주제를 다루는 요리책들도 있으며 '커뮤니티 쿡북'이란 책도 있다. 이것은 지역, 민족, 사회적 전통이나 지역 역사에 관한 전통적인 요리를 다루며, 한 나라를 구성하는 지역 사회와 개인을 바탕으로 한 포괄적인 요리법이 담겨 있다.

집에서 요리와 레시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업계들도 이들을 잡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개인이 요리책을 구매하는 것뿐만이 아닌 업계에서도 직접 요리 레시피를 고객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활용한 온라인 요리 강의 /LG전자
지난 18일, LG전자는 서울 논현동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논현 쇼룸에서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활용한 온라인 요리 강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이 쉽지 않지만 집에서나마 현지 유명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행사 참가자들은 식재료, 앞치마, 와인 등 LG전자가 사전에 제공한 식재료, 앞치마, 와인 등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밀키트를 사용해 각자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직접 요리에 참여했다. 화상채팅서비스를 이용해 레시피, 요리팁 등을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어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한다.
'YES or NO 프라푸치노' 행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이달 27일까지 ‘마이 스타벅스 리뷰’(고객 설문 서비스)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직접 프라푸치노 음료 개발에 참여하는 ‘YES or NO 프라푸치노’ 이벤트를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YES or NO 프라푸치노’ 이벤트는 에스프레소 샷, 시럽, 우유 등 음료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취향에 맞게 음료를 만드는 스타벅스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에 착안했다. 이용자가 직접 음료 레시피를 선택하고 이후 완성된 음료를 스타벅스의 정식 음료로 출시하는 대고객 참여형 음료 개발 이벤트다.

커피 유무를 선택하는 1단계부터, 2단계 베이스, 3단계 메인 플레이버, 4단계 서브 플레이버, 5단계 휘핑 종류, 6단계 토핑 종류, 7단계 드리즐 종류까지 각 단계마다 제시된 2~3개의 보기 중 원하는 레시피를 선택하면 된다. 1단계(13~14일)를 시작으로 7단계(5/25~5/26)까지 각 단계별로 이틀씩 레시피 대결이 진행되며, 마지막 날인 5월 27일에는 최종 투표 결과 공개와 함께 음료 네이밍 이벤트를 진행한다. 해당 레시피로 제조된 음료는 6월 말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매니아들의 비밀 레시피로 탄생했던 PINK PURPLE DRINK /Paulsfoodhaul 인스타그램
스타벅스 데이터 인텔리전스팀 장석현 팀장은 "'YES or NO 프라푸치노' 이벤트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맞춤형 음료를 만들고자 하는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이벤트다"며 "고객이 직접 참여한 레시피로 음료가 출시된다는 점에서 색다르면서도 뜻 깊은 즐거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몸이 원하는 삼삼한 밥상(Ⅸ)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건강한 가정식을 즐길 수 있도록 요리 책자인 '우리 몸이 원하는 삼삼한 밥상(Ⅸ)'을 발간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지난해 ‘슬기로운 혼밥생활’이라는 주제로 열린 나트륨·당류 저감요리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건강한 한끼 식사 조리법이 담겨 있다.

식약처는 그간 발간한 '우리 몸이 원하는 삼삼한 밥상' 1~9권 메뉴를 가정에서 손쉽게 따라할수 있도록 인터넷온라인 서점에서 무료 배포 중이다. 식약처는 각 메뉴마다 조리 단계별사진과 함께 열량·탄수화물·단백질·나트륨 등 영양 성분 함량을 확인할 수 있어 건강한 식생활 관리에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전통장 레시피 공모전 /안양시
요리 레시피를 이용한 공모전도 열리고 있다. 재단법인 안양군포의왕과천 공동급식지원센터에서 안양군포의왕과천시 학교 영양선생님을 대상으로 「2021 친환경 전통장 레시피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본 공모전은 관내 친환경 급식 확대와 우리 전통장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했으며, 센터의 공동구매 지원사업을 통해 사용하고 있는 품목 중 친환경 ‘된장, 청국장, 고추장, 간장’을 활용한 레시피를 주제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최초의 요리책이 있다고?
음식디미방 /음식디미방 공식 홈페이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요리책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아는가. 1670여년 경 쓰여진 '음식디미방'은 경북 영양의 재령 이씨 석계 가문의 며느리 장계향이 한글로 쓴 책이다. 1600년대 조선조 중엽과 말엽, 경상도 지방의 가정에서 실제 만들던 음식의 조리법과 저장 발효식품, 식품 보관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 중후기 양반가의 식생활과 문화를 짐작할 수 있는 전통음식 연구의 지침서이자 관계전문가들의 교본이며, 정확하고 다양한 어법과 철자로 사전적인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물론 음식디미방 이전에도 한국에서 음식에 관한 책은 있었지만 모두 한문으로 쓰여졌으며,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음식디미방은 예로부터 전해오거나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가루 음식과 떡 종류의 조리법 및 어육류, 각종 술 담그기를 자세히 기록한 이 책은 17세기 중엽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을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귀중한 문헌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꾸준하게 만들어져 온 요리책들은 지금 우리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상을 알려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