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나는 베트남 음료 5

마시즘
마시즘2021-03-08 08: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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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갈 수 없다 말했더니,
베트남 음료가 내게로 왔다
친구들과의 여행으로,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베트남’은 우리에게 언제나 마음을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서 집에 콕 틀어박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맘 때쯤이면 이걸 먹고, 이 맘 때쯤이면 이걸 마셔야 할 텐데 말이지…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베트남이란 나라가 굉장히 멀어져 보인다.

사람이 갈 수 없으면, 음료가 동네에 찾아오기도 한다. 베트남 국민 브랜드들이 바다를 건너(?) 국내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마시기만 해도 베트남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한국 속 베트남 음료’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사람이 더 좋아하는 베트남 카페
콩카페
지난 <콩카페 VS 스타벅스, 베트남은 왜 스타벅스의 진격이 통하지 않을까>에서 말했듯 ‘콩카페(Cộng Caphe)’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카페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이곳의 특징이라면 체감상 현지인보다도 한국 관광객들이 더욱 좋아한다는 것. 이러한 인기를 타고 국내에도 콩카페 매장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하지만 카페를 방문하기도 조심스러워진 이 시대. 콩카페는 다시 한번 변화를 시도한다. 바로 편의점의 컵커피로 진출한 것이다. 이름하야 ‘콩카페 연유라떼’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연유라떼(카페쓰어다)’를 구현한 것이다. 베트남에서 공수한 커피 원액에 덴마크밀크(음료회사)의 우유, 연유시럽을 넣어 구수하고 쌉싸레하며 달콤하게 만든 커피다.

개인적으로 ‘콩카페 연유라떼’는 한국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한 점이 보인다. 진짜 베트남 콩카페 느낌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콩카페 코코넛 라떼’와 ‘코코넛 카카오’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콩카페 코코넛 라떼는 코코넛 스무디의 느낌을 잘 살렸고, 코코넛 카카오는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것 같은 진하고 구수한 초코우유맛이 난다. 역시 베트남은 찐찐한 맛이 아니겠는가.
베트남에서는 내가 1등이야
하이랜드 커피
이런 콩카페의 공격적인 확장과 환호를 본 것일까? 베트남의 대표 카페 프랜차이즈인 ‘하이랜드 커피’도 국내의 음료산업에 진출했다. 콩카페처럼 매장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하이랜드 커피의 대표 메뉴 ‘카페 쓰어다’가 ‘이마트’와 ‘GS25’에 입점한 것이다.

한국에서 만난 하이랜드 커피의 로고는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잔이 아닌 팩(GS25는 캔에 담겨있다)에 담겨있다니. 환전을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베트남의 화폐 ‘동(VND)’이 아닌 1,200원에 하이랜드 커피를 살 수 있어서 생경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이랜드 커피의 카페 쓰어 밀크를 마셔봤다. 향에서부터 달달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첫 입부터 고소하고 달달한 파도가 입안에 퍼진다. 우유인지 연유인지 알 수 없는 유제품의 풍미와 목 넘김이 좋다. 아메리카노보다는 달달한 커피믹스를 좋아하는 나의 커피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세계 최고의 믹스커피를 노린다
G7
과연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답게 국내에 소개되는 음료들은 대부분 커피 브랜드다. 인스턴트커피인 쭝웬의 ‘G7’은 오히려 앞선 두 카페보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맛을 자랑한다. 인스턴트커피 하면 ‘맥심’뿐이었던 한국인들 사이에서 2000년대 이후 알음알음 입소문이 난 제품이기 때문이다. 속칭 참기름 냄새가 나는 커피.

한 때는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서만 얻을 수 있던 G7 커피는 정식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커피믹스인 3in1을 제외하고도 블랙, 카푸치노, 헤이즐넛 등의 라인업이 다양해졌다. 덕분에 마트뿐만 아니라 동네의 작은 편의점에서도 G7을 만날 수 있다.
세계맥주 속 베트남 맥주
비아 사이공 스폐셜 & 하노이맥주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맥주 값’을 자랑하는 맥주의 천국이라면, 한국은 ‘세계의 맥주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맥주의 올림픽 같은 나라다. 그중 ‘홈플러스’는 세계맥주의 코너에 베트남의 대표 맥주들을 모아놓았다. 바로 ‘비아 사이공 스폐셜(속칭 사이공맥주)’와 ‘333맥주(속칭 바바바맥주)’. 그리고 ‘하노이맥주’다.

사이공맥주와 333맥주는 베트남 남부 ‘호찌민’을 대표하는 맥주다. 반대로 하노이맥주는 이름처럼 북부지방의 하노이를 대표하는 맥주다. 베트남 맥주들은 일반적으로 맛과 향이 화려하고 도수가 높다기보다는, 청량감이 좋고 깔끔한 뒷 맛을 자랑하는 시원한 맥주다. 맥주의 향미보다 시원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법한 맛이다(날이 더우면 2배는 맛있다).
제품은 한국 제품, 핵심 재료는
베트남의 깔라만시 & 노니 음료
홈쇼핑을 지배하는 음료, 프로건강러들의 선택을 받는 음료들 사이에서도 베트남을 만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건강기능식품으로 사랑을 받은(이라고 쓰고 미란다 커가 마신 음료라고 불리는) 깔라만시와 노니의 출처가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새콤함이 하늘을 찌르는(?) 깔라만시는 다이어트와 디톡스에 필요하다는 건강적인 요구를 넘어 탄산음료나 음주에 함께 섞어 마시는 녀석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후발주자인 ‘노니’는 신의 선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범상치 않은 열매의 모습과 더욱 강력한 맛을 보면 선물이 아니라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마시다 보면 ‘건강’해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깔라만시와 노니를 취급하는 베트남 음료 브랜드가 국내에 온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이 두 열매를 사용한 음료가 있다면 대부분 베트남에서 넘어왔음을 알 수 있다. 단 병에 붙어있는 성분표만 봐도 ‘베트남에서 날 보기 위해 이곳까지 날아왔구나(아니다)’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어느덧 우리 생활에 가까워진
베트남 음식문화
이 뿐만이 아니다. 어느덧 카페 쓰어다는 베트남에서 오지 않았어도 한국의 일반 카페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반미나 쌀국수 또한 중식, 일식과 같이 한국사람들이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겁게 맛보는 음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가끔 베트남 여행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오랫동안 쌓여버린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교류 때문이 아닐까.

동네에서 베트남 음료를 구할 수 있다고 해도, 역시 현지 분위기에서 먹는 베트남 음료들은 감흥이 새롭다. 지금은 비록 닿지 못하지만, 코로나 19가 끝나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길. 그리고 한국에서 마시면서 기다려 온 베트남 본토 음료들을 함께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해당 원고는 VEYOND MAGAZINE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VEYOND’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신화를 건설하고 있는 대원 칸타빌의 베트남 전문 매거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