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란 빛과 환경이란 그림자 모두를 품은 과일,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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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12-11 13: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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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아보카도는 건강과 슈퍼푸드, 웰빙 음식 등이 유행하며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게 된 식재료 중 하나이다. 과일들 중에서도 지방 함량이 높고 지방의 70%가 단일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숲 속의 버터' 라고도 불린다. 전세계 열대 기후와 지중해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재배되며, 그중에서도 멕시코는 전세계 아보카도 생산의 34%를 차지하는 나라로 꼽힌다.

아보카도는 맛도 있지만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다. 일반 과일에는 찾기 힘든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포함돼 있으며, 아보카도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고 포만감을 지속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비타민C가 풍부해 피부 미용에도 좋으며, 혈액을 잘 돌게 해 빈혈 예방에도 도움을 주고 몸 속의 에너지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보카도가 몸에 미치는 대표적인 6가지 효과

아보카도는 영양분이 엄청나게 풍부한 과일이다. 1인분, 약 40g의 아보카도는 64칼로리에 불과하다. 6그램의 지방과 3.4g의 탄수화물, 1g도 안 되는 당분과 3그램의 섬유질을 지녔다. 비타민 C, E, K, B-6뿐만 아니라 리보플라빈, 나이아신, 엽산, 판토텐산, 마그네슘, 칼륨 등도 풍부하다. 루테인, 베타카로틴, 오메가 3 지방산도 포함하고 있다.
영양분이 풍부한 아보카도 /flickr
아보카도의 대부분의 칼로리는 지방에서 나오지만 이것은 건강하고 유익한 지방으로써, 탄수화물의 분해 속도를 느리게 해 혈중 당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WebMD 수석 의료 디렉터 아레파의 말에 따르면 신선한 아보카도를 점심에 반 정도 먹은 사람들은 아보카도를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3시간이 더 지났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구팀에서는 아보카도에 들어 있는 영양소들이 구강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암 전 단계의 세포들을 없애거나 성장을 멈추게 하는 것을 발견했다. 2017년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 254회 미 화학학회 학술회의에서는 버려지는 아보카도 씨 껍질에 암을 예방하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보카도의 절반을 먹는다는 것은 비타민K 하루 권장량의 25%를 섭취하는 것과 동일하다. 비타민K는 건강한 뼈를 유지하는 데에 유명한 칼슘과 비타민D에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적절한 비타민K를 섭취하면 칼슘의 흡수를 늘리고 소변 배출을 줄여 뼈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나무에 달린 아보카도 /flickr
아보카도는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아보카도에 많이 함유된 엽산은 뇌에 영양분을 전달하며, 순환을 방해하는 물질인 호모시스테인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우울증의 위험을 줄일수 있다고 한다.

앨라배마 대학 연구진은 아보카도처럼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을 섭취하면 고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고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혈관 석회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보카도에 있는 건강한 지방의 대부분은 단일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다. 심장 건강에도 좋은 이 지방은 심혈관의 염증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아보카도는 눈 조직에 집중적으로 들어 있는 루테인과 제악산틴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요소들은 자외선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눈의 조직을 보호한다. 특히 아보카도의 단일 불포화지방산은 베타카로틴과 같은 다른 유익한 지용성 항산화제의 흡수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 져 있다.


그러나, 아보카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멕시코에서 아보카도 생산량의 80%는 빈곤 지역인 미초아칸 주에서 나온다. 아보카도는 이 지역에 재배에 따른 수익과 일자리 창출 등의 이점을 주지만 반대로 생기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아보카도가 돈이 되는 것임을 알기에 더 많은 생산량을 위해 멕시코 내 농지 개간이 활발해지며 산림이 파괴된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개간까지 벌어지는 등의 문제를 시작으로 아보카도는 이밖에도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멕시코 미초아칸의 한 아보카도 농장 근처에서 한 민간인이 카르텔 괴한들의 침입을 경계하고 있다. /NATHANIEL PARISH FLANNERY
아보카도의 최대 생산국인 멕시코에서는 마약 카르텔들이 아보카도 농사에 뛰어들어 골치를 썩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농부들이 경작지를 마약 조직들에게 빼앗기는 문제다. 아보카도는 나무 하나당 최저 수확량이 100개로, 과수원 하나당 1년에 약 6억을 벌 수 있어 마약 조직의 수입원으로 이용된다. 아일랜드 출신 스타 셰프인 JP 맥머흔(MacMahon)은 아보카도를 두고, '멕시코가 수출하는 피의 다이아몬드'라고 비난했다.

아보카도가 인기가 많아지며 많은 농부들에게 재정적인 부를 주게 되면서, 마약 카르텔 같은 조직화된 단체들은 공공기관 직원들을 협박하거나 뇌물을 줌으로써 아보카도들이 어디서 생산되는지, 해당 농부들이 얼마나 큰 땅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낸다. 농민들이 얼마나 이익을 얻는지를 계산한 후에 그들은 농민들을 찾아가 수익의 절반 이상을 요구한다. 지주가 거부하면 갱들은 가족을 죽이겠다고 하거나, 또는 아보카도 농장을 불태우겠다며 협박한다. 지금도 많은 아보카도 농장의 소유주들은 마약 카르텔에게 이윤을 강제로 공유하거나, 거부할 시 살해당하는 등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
아보카도를 실어 나르는 운송수단은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야기한다 /flickr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란 원료 채취에서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한 값이다. 탄소 발자국 수치가 클수록 식재료가 먼 거리를 이동하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의미다. 탄소발자국의 기록에 따르면 아보카도 두 개가 식탁 위에 올라가기까지 이산화탄소 846,36g이 배출된다고 한다.

아보카도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아보카도를 모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주로 멕시코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이 아보카도는 수입국인 우리나라까지 수천킬로미터를 이동해 온다. 문제는 이동을 위해 이용하는 항공기나 선박에서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또한 수입국까지 선박과 항공으로 긴 거리를 이동할 때 아보카도를 숙성시키기 위해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때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황폐해진 땅과 잘려나간 나무들 /flickr
특정한 지역에서 하나의 작물만을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농업 방식, 즉 단일재배 농법으로 인해 아보카도가 자라는 토양은 영양소가 적고 질병에 취약한 단점이 있어 더 많은 살충제와 비료를 필요로 한다. 장기간에 걸친 단일재배 형식의 작물 농법은 토양 안의 미네랄 성질을 잡아먹어 토양을 고갈시킨다는 단점도 있다.

아보카도의 인기와 가격 상승은 이런 토양의 황폐화 문제뿐만이 아닌, 멕시코 중부 지역 삼림 벌채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 멕시코의 농부들은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것이 다른 농작물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어린 아보카도 나무를 심으려 소나무 숲을 솎아내고 있다. 다양한 야생 동물이 살던 임야는 아보카도를 생산하기 위해 없어지고 있고, 관목과 고목들은 아보카도 나무들에게 더 많은 햇빛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베어진다. 아보카도의 주요 생산지인 멕시코의 미초아칸 지역은 기온 상승과 이상 폭풍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저수지 뒤로 보이는 아보카도 농장 /Thomson Reuters Foundation
아보카도가 관련된 환경 문제에서 제일 큰 화제는 단연 '물' 이다. 아보카도 한 알을 키우는 데에는 약 320L의 물이 필요하다. 성인 160여명이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으로 오렌지가 22L, 토마토는 5L가 필요한 것에 비하면 꽤 많은 물의 양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한 기사에 따르면, 칠레의 한 가족이 사는 집 건너편 산중턱에는 아보카도 농장이 있으며, 그들은 아보카도를 생산하는 자들이 자신들이 써야 할 물을 가져갔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이 가족들은 땅에 파놓은 구멍을 화장실로 써야 했고, 목욕이나 빨래도 할 수 없었다. 오늘날 이 가족은 트럭으로 물을 배달받지만 겨우 생활을 이어갈 정도의 물만 받을 수 있다. 기르던 가축들은 죽고, 남은 가축들도 먹일 물이 부족해 팔아야 했다.

아보카도 주요 생산지 중 하나인 칠레 페트로카 지역의 주민들은 이 아보카도가 지역 상수도의 씨를 말린다고 말한다. 페트로카 지역은 거의 모든 땅이 아보카도 농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농장주들이 밀려드는 아보카도의 수요를 감당하려 불법으로 용수 파이프를 설치하고 우물을 판 결과 강이 흘렀던 지역은 지금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지하수 고갈로 급수 트럭을 이용해 물을 배달받아 써야 한다. 물론 그조차도 제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지금도 많은 아보카도 농장이 수도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보카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물의 마구잡이 사용이 어떤 사람들에겐 실체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보카도를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
아보카도 /flickr
아보카도 생산에 많은 물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아보카도 1kg 생산에는 물 1천 리터가 들어간다. 그러나 달걀 1kg에는 물 3천300리터, 버터 1kg는 5천리터가 소비된다. 아보카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바나나나 파인애플 등 다른 열대 과일들도 동일한 장거리 운송을 거쳐 사람들에게 온다. 아보카도를 안 먹는다고 해서 다른 채소나 과일까지 소비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아보카도에 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들은 환경적이든, 사회적이든 그 국가 내에서 강구해야 할 문제이고 꼭 아보카도가 아니더라도 다른 제품이나 과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아보카도를 먹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보카도를 먹는 사람들이 굳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빵 위에 올린 아보카도 /pexels
그러니 아보카도를 조금이라도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식으로 소비하는 건 어떨까. 아보카도는 여전히 환경 친화적인 관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과일들 중의 하나다. 대부분의 식물성 식품은 동물에서 유래한 것들보다 환경에 더 좋을 것이고, 달걀보다 아보카도를 아침에 먹는 토스트 위에 올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아보카도 생산에 있어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의 지금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할 수도 있다. 디젤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보다 태양열로 움직이는 펌프를 사용해 물을 공급하는 등의 방식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과 가까운 지역에 생산된 과일과 채소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존제 등의 첨가물이 더 적게 들어가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가령, 유기농 아보카도는 일반 재배에 비해 물 소비량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아 재배된다. 소비자들은 달걀, 버터 등 동물성 식품보다 아보카도를 대안으로 삼을 수도 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유기농 아보카도를 구입할 수도 있다. 방향을 조금만 틀어 접근해도 아보카도는 충분히 현명하게 소비할 수 있는 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