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 맥주만 정답인가요? 치킨과 어울리는 상황별 음료 6

마시즘
마시즘2020-12-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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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다음은 마시즘 막내(에디터 모모)의 음료와 음식 매칭 리뷰다. 어느 날 그녀는 음료약국의 개업을 선언하며 손님을 받았다. 사무실에 누가 찾아와서 처방을 받겠냐고 물었는데, 들어온 타인이면 누구든 처방을 해준다고 했다. 때마침 배달 주문한 치킨이 왔다. 나는 배달기사님을 처방할 줄 알았더니, 왜 치킨을 자리에 가져가는 거지?
여기는 음료약국
저마다 사연 있는 음식이 찾아온다
오늘의 의뢰인은 치킨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녀석. 그 종류가 100가지를 넘을 정도로 다양한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을 찾아주어 치킨은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 하나 고민이 있었다. 사람들이 마시는 건 콜라나 맥주뿐이라는 것.

도저히 평생 한, 두 음료만 바라보며 살고 싶지 않은 치킨을 위해 준비했다. 음료약국의 음료처방전. 분명히 다들 너의 새로운 짝을 찾아줄 거야. 그러니까 쉿. 울지 마 나의 작은 닭다리.
치막, 궁극의 부드러움
(치킨+막걸리)
치즈케이크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한다. 치킨에 막걸리는 텁텁할 것 같다고? 그것은 윗부분만 마시는 맑은 막걸리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걱정이다.

맑은 막걸리는 일종의 기름기 지우개, 즉 음료계의 ‘기름종이’가 된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후라이드 치킨의 기름기를 깔끔하게 정돈해주고. 후라이드의 부드러운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과하지 않은 자글자글한 막걸리의 탄산감은 즐거움을 더해준다고.

※ 복용팁 : 막걸리와 사이다를 1:1로 섞어보자. 치킨계의 샴페인으로 변한 ‘막사(막걸리+사이다)’를 만날지니.
치커, 밤샘을 위한 부스터
(치킨+아메리카노)
과제로 밤을 꼬박 새야 한다고? 하지만 야식은 먹고 싶고? 그렇다면 치킨에 ‘아메리카노’를 처방한다. 맥주는 마시면 잠이 오고, 콜라는 뭔가 트림이 나와서 피곤하잖아.

아메리카노에 추천하는 치킨 종류는 ‘닭강정’이다. 끈적끈적한 닭강정을 한 입 먹고, 시원쌉싸래한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면 달콤함과 청량감이 밀당을 한다. 마치 가그린이 훑고 지나간 듯한 시원함이랄까? 맛의 균형도 잡히면서 잠도 깨는 멋진 조합. 남은 것은 과제를 해야 하는 것뿐.
치요, 애기입맛은 요구르트를 믿으라고
(치킨+요구르트)
곱창도 못 먹어, 선지 해장국도 어려운 애기입맛이라면 요구르트를 처방한다. 특히 매운 치킨에 도전하고 싶다면 요구르트를 필히 챙겨야 한다. 불꽃 같은 매운 맛을 요구르트가 에어백처럼 막아주기 때문이다. 땡초치킨, 맵슐랭 다 드루와. 또래오래 리얼 핫 양념치킨. 너 빼고.

※ 복용팁 : 요구르트는 한 줄을 몽땅 마시는 게 만족도가 높다. 입맛이 애기일 뿐, 나이는 너무 큰 어른이니까. 눈치 보지 말고 냅다 꽂는 거다.
치매실, 장트러블을 위한 치트키
(치킨+매실차)
소화는 안되는데 치킨은 먹고 싶은 장트러블러에게 ‘매실차’를 처방한다. 차가운 물에 매실청을 술술 타서 얼음 동동 띄워 마시는 것은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치킨과 함께라면 기름기까지 함께 정리되는 극강의 깔끔함도 느낄 수 있다.

사실 기름기가 제거되는 것은 맥주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다. 그럼 왜 매실차를 굳이 마셔야 하냐고? 넌 그게 문제야. 장은 생각 안 하고 입맛만 생각하잖아.

※ 복용팁 : 더 맛있게 즐기려면 물 대신 탄산수를 넣어보자. 마치 맥주 같은 비주얼까지 완벽하게 즐길 수 있다.
치쏘, 애주가의 클래식
(치킨+소주)
애주가에게는 새우깡을 먹든, 치킨을 먹든 소주만이 영원한 짝이다. 사실 치킨을 먹으려고 소주를 마시는 게 아니다. 소주를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 치킨을 곁들이는 것뿐. 치킨의 고소한 기름기는 소주의 불타는 알콜 풍미를 더욱 돋워준다.

치쏘에 가장 어울리는 치킨은 후라이드, 그리고 옛날치킨이다.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치맥이 아니라 가마솥 치킨에 소주였다. 간이 세지 않아 담백한 옛날치킨에 꽃소금 톡톡 찍어 소주를 마시면. 아 소주가 달다.
치냉, 맛있는 것과 맛있는 것이 만나면
(치킨+냉면육수)
고향의 치킨집에서는 치킨과 냉면을 같이 팔았다. 아무리 맛있는 치킨이라도 퍽퍽한 부위가 있는데 그때 시원한 냉면육수를 호로록 마시면 목 막힘이 개운하게 사라졌다. 동치미 국물에 뻑뻑한 고구마를 즐겨 먹는 것처럼, 치킨의 부담스러운 부분을 새콤달달한 냉면육수의 맛이 채워준다.

냉면육수는 이왕이면 동치미 계열의 물냉면 육수를 추천한다. 무 베이스의 달달한 육수 맛이 짭조름한 치킨과 잘 어울리기 때문. 그런데 무슨 수로 한겨울에 냉면육수를 구하냐고?

※ 복용팁 : 마트에는 냉면육수만 따로 1,000원 정도에 판다. 걱정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