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의 반란, 유통업계서부터 개인까지 부는 굿즈 제작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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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11-25 16: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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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나라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빙그레 캐릭터들 /빙그레 인스타그램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최근 유통업계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캐릭터화' 시켜 '굿즈'를 내기 시작했다. 어떤 제품이 공식적으로 캐릭터가 된 건 빙그레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올라온 한 그림에서 시작됐다.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인 '빙그레우스'는 온통 빙그레 제품을 몸에 휘감은 채 빙그레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한다.

평범한 개인의 계정도 아닌 한 기업의 공식 계정에서 만화 같은 캐릭터가 제품을 홍보하고 심지어 다른 캐릭터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하나의 나라를 만들어 존재한다. 해킹도 아니고, 장난도 아닌 진지한 이 마케팅은 사람들에게 아주 잘 먹혔다. 5개월만에 빙그레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14만명으로 늘었다.

빙그레의 소위 '병맛' 같은 이 마케팅은 빼어난 캐릭터들이 전문적인 향기를 풍기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열광했다. 빙그레 제품으로 도배한 옷을 입고, 어딘가 웃긴 모습의 이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B급 감성을 풍긴다. 어딘가 웃기고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 매력이 있다. 사람들을 웃기게 만들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통했고, 사람들은 이 빙그레 왕국의 빙그레우스 왕자가 SNS에 등장할 때마다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한다.


본캐와 부캐를 활용하기 시작한 업계
빙그레 굿즈들 /빙그레
캐릭터와 실제 배우를 같이 마케팅으로 활용한다 /빙그레 인스타그램
빙그레는 이 '부캐' 마케팅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부캐인 '빙그레우스'를 공식 인스타그램의 운영자로 두어 만화 속 캐릭터가 직접 빙그레의 제품을 홍보한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기획했다. 메로나는 특유의 녹색 네모 모양인 칫솔, 치약 등의 굿즈를 만들고, 빙그레는 휠라와의 협업으로 운동화를 만들기도 했다. 화장품으로도 출시되었던 바나나맛 우유는 다른 맛 제품을 출시하는 것 이외에도 환경을 주제로 여러 캠페인을 펼치는 등 환경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환불원정대 앨범 /MBC
MBC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도 대표적인 본캐와 부캐를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각각 다 다른 가수들인 본체들이지만 이 환불원정대는 본체들의 또다른, 새 이름을 얻은 부캐이다. 새롭게 태어난 부캐들이 모인 이 그룹은 결성하자마자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나중에 제작되어 출시한 앨범과 포토카드 또한 레트로 감성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앨범을 구매한 사람들 중 100명을 임의로 뽑아 100% 환불을 진행하는 '환불원정대' 다운 이벤트까지 열었다. 너무나도 신선한 아이디어이지 않은가.


굿즈를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적용한 유통업계
삼립호빵의 한정판 굿즈 '호찜이' /SPC삼립
삼립호빵은 최근 호빵 찜기 모양의 미니 찜기인 '호찜이'를 한정판매했다. 호찜이는 삼립호빵 출시 50주년을 맞아 출시한 한정판 굿즈로 겨울철 편의점 앞에 놓인 빨간 호빵 찜기를 형상화했다. 젊은 세대를 노린 감성으로 제작된 '굿즈'다. 단순히 호빵만 파는 것이 아닌 직접 호빵을 찔 수 있는 귀여운 느낌의 찜기로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이외에도 겨울철 편의점 앞에 놓인 빨간 호빵 찜기를 형상화한 소형 미니 가습기도 한정 판매해 좋은 반응을 받았다. 찜기 위에 호빵 캐릭터 모형을 올려 귀여운 이미지를 부각했고, 또 직접 꾸밀 수 있는 스티커를 동봉해 소비자들이 직접 굿즈를 꾸밀 수 있게 만들었다.

SPC삼립 마케팅 담당자는 "앞으로도 젊은 감성을 사로잡는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적극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차별화라는 특이점을 가진 '굿즈'는 상대적으로 더 마케팅에 용이하다.
할리스커피에서 출시한 '해리포터' 다이어리 /할리스커피
할리스커피는 일명 '덕후'들을 공략한다. 지난 6일부터 할리스커피는 플래너, 플래너 북케이스, 포스트잇, 볼펜으로 이뤄진 해리포터 플래너북을 선보였다. ‘호그와트 비밀지도’와 ‘해리포터’ 총 2종으로, ‘호그와트 비밀지도’는 해리포터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담아 비밀의 성과 발자국 모티브로 활용했다. ‘해리포터’는 해리의 상징인 안경과 번개 모티브를 활용해 디자인했다. 특히 플래너 북케이스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보관함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높였다.

해리포터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게끔 할리스커피는 직접 다이어리 굿즈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좋아할 수 있게 모티브나 소재 등에서도 신경을 썼고 북케이스 같은 경우는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또다른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굿즈 하나에도 세심함을 넣었다.
곰표 굿즈 /대한제분
2018년 출시되어 지금도 인기를 몰고 있는 곰표의 굿즈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다. 곰표를 대표하는 하얀 곰 캐릭터와, 실제 밀가루 제품에 사용되었던 디자인을 활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문구류부터 시작해 티셔츠, 패딩, 재킷 등 의류까지 곰표의 굿즈들은 어딘가 조금 더 '힙'해졌다. 그뿐인가,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곰표 밀맥주는 완판 신화를 세웠다. 매대에서 볼 수 있는 곰표 팝콘, 나초 등 단순히 밀가루만 생각나던 곰표의 이미지는 이제 훨씬 더 대중화되었다. 이제 곰표라고 하면 밀가루 뿐만 아닌 하얀 곰이 그려져 있는 패딩이나, 껴안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곰표 팝콘 등이 떠오르니 말이다.
'두껍상회' 모습 /하이트진로
'두껍상회' 내부 모습 /하이트진로
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최초 주류 캐릭터 샵 '두껍상회'를 70일간 열었고, 1만명의 방문 기록을 남겼다. 진로의 대표 캐릭터인 두꺼비 굿즈를 비롯해 요즘쏘맥잔, 진로소주잔 등 술잔 굿즈가 불티나게 팔렸고, 두꺼비 캐릭터를 이용한 피규어 인형이나 키링도 인기가 많았다. 각종 SNS에서 화제였던 참이슬 백팩은 일일 3개 한정 판매, 1인당 1개 판매 원칙을 두고 완판되었다. 이 '두껍상회' 마케팅은 국내 주류업계에서 생소했던 캐릭터와 굿즈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들처럼 이제 자신들이 직접 굿즈를 만드는 소비자들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 팬덤에서 시작되었던 굿즈는 이제 개인이 직접 돈을 들여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형태로 변화했다.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포토카드나 포스터, 다이어리, 포토북, 텀블러, 심지어 인형까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1인용 굿즈의 경우 특히 셀프 제작이 인기여서 자신이 만들어 가방이나 다이어리에 꾸미거나 남들과 공유하고 또다른 굿즈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드는 다이어리와 스티커 /오프린트미
그러나 혼자 모든 걸 만들기는 어려운 탓에 개인 맞춤형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즈 제작 사이트들도 속속들이 생기고 있다. 단순히 책이나 스티커를 인쇄하는 것뿐만이 아닌, 소비자들의 니즈와 트렌드에 맞춘 굿즈 제작으로 서비스의 차별화를 둔다. 제작 과정이 어려워 이용에 한계가 있었던 소비자들에게, 웹과 앱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 어디서든 간편하게 프린트물을 편집하고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제작 가이드도 마련해 굿즈를 처음 만드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인쇄 전문 업체인 ‘오프린트미’ 관계자는 “최근 나만의 굿즈를 만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티커, 카드, 포스터, 커스텀티셔츠 등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디자인 선정에 부담을 느낀다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수천 가지의 디자인 템플릿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고퀄리티의 굿즈를 직접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굿즈를 활용한 이색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굿즈를 활용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고 트렌드를 읽는 것은 정말 좋은 현상이지만, 자칫하면 마케팅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들에게 불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양산형 굿즈들이 나올 수도 있고 정작 중요한 제품에 실속이 없을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캐릭터와 굿즈를 활용한 마케팅 방식이 앞으로도 더 거세질 것을 생각하면, 실제 제품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굿즈 모두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