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의 놀라운 쓰임새, 환경오염의 주범에서 신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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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08-13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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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기호식품인 커피, 막대한 양의 찌꺼기가 버려져 환경오염의 주범 돼
세계 각국에서 커피 찌꺼기의 활용방법 연구 중, 알고보니 이렇게 다양한 쓰임이...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현대인들의 일상에 빠질 수 없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은 커피, 아침의 뜨거운 커피 한 잔은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하루에 평균적으로 커피 두 잔을 마신다고 한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7조원에 이른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는 2000조에 달한다.
커피 찌꺼기 / wallpaper flare
수많은 양이 버려져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커피 찌꺼기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인 생두를 볶는데, 이를 원두라고 한다. 이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커피 찌꺼기(커피박)라는 것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원두의 0.2%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9.8% 가 버려지는 것이다.

커피박(粕·찌꺼기 coffee waste)은 매년 세계적으로 1000만 톤이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기준 10만 7000천 톤 가량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대부분 땅에 매립된다. 커피 찌꺼기가 땅에 묻히면 토양이 카페인으로 인해 오염되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커피 찌꺼기 1톤당 약 338kg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연간으로는 9만 2천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이것은 자동차 1만 1천여 대가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는 이 커피 찌꺼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하고 있다.
커피 원두와 커피박 / wallpaper flare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꿀팁들

커피 찌꺼기는 의외로 가정에서 활용도가 높다. 그래서 몇몇 커피 전문점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를 가져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커피 찌꺼기는 먼저 탈취제, 방향제로 사용할 수 있다. 커피찌꺼기를 바짝 말려서 집에 두면 향기가 나고, 습도와 냄새를 흡수한다.

요리한 후에 팬에 남은 기름기는 커피 찌꺼기를 세제와 살짝 섞어서 닦으면 아주 잘 지워진다. 또한 여름철에는 벌레를 쫓는 천연 방충제 역할도 한다. 잘 말린 찌꺼기를 벌레가 자주 나오는 곳에 두면, 벌레들이 커피향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에 도움이 된다. 다만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오히려 벌레가 꼬일 수도 있다.

커피 찌꺼기의 카페인 성분은 피부에도 좋아 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레몬즙 혹은 소금과 섞어 얼굴을 마사지하면 피부의 탄력을 증대시키고, 모공을 축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오일을 섞어 전신에 문질러주면 각질과 셀룰라이트도 제거해준다고 한다.

커피찌꺼기는 질소, 인산, 칼륨 등 식물이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영양이 풍부하므로, 비료나 퇴비로도 쓰인다. 다만 카페인 성분이 많아 토양을 산성화시킬 수 있으므로, 톱밥과 볏짚 등을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커피 프랜차이즈와 대형유통기업 등에서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이러한 커피찌꺼기를 비료와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지원하기도 한다.
커피박 퇴비 / 환경부
산업에서 대량으로 사용하는 원료 개발도 모색 중

이러한 일상에의 활용은 이미 예전부터 알려진 커피 찌꺼기 활용 꿀팁이었다. 그래서 이것만으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줄이는 데에는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제품 혹은 산업에서 대량으로 쓰일만한 방법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까 커피 찌꺼기가 비료와 퇴비로 쓰인다고 했는데,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것을 농가에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커피찌꺼기가 버섯 재배에 좋다고 하여 한 국내 업체에서는 이 커피 찌꺼기로 유기농 느타리버섯을 대량 재배하는 데에 성공했다. 재배된 버섯은 항암 성분인 베타글루칸이 일반 버섯보다 500배 많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작년 2019년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 원료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경사 하강식 급속 열분해 반응기'를 이용하여 진공 상태에서 커피찌꺼기를 500도까지 급속 가열해 수증기처럼 열분해시켜 원유를 얻는 것이다. 원래 바이오 원유는 운반과 관리가 간편하고, 환경오염이 적어 신재생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경사 하강식 급속 열분해 상용 플랜트 / 한국기계연구원
하지만 원료가 되는 톱밥의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러나 커피 찌꺼기는 가격이 저렴하고, 또 기존 나무로 만든 바이오 원유보다 열량이 뛰어나다. 연구원은 계속해서 바이오 원유를 경유나 휘발유로 개발하는 등의 상용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앞으로 주요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잠재력도 충분해 보인다.

한편 미국과 영국에서도 커피찌꺼기를 바이오 연료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 중인데, 영국 정부는 바이오빈이라는 기업과 협력하여 시내버스를 커피 찌꺼기로 만든 연료로 운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 전 세계의 커피 찌꺼기 활용에 대한 향방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커피 찌꺼기는 활성탄, 숯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국내 업체, '도시광부'에서는 커피찌꺼기의 탄소 함량이 목재보다 높다는 것에 착안해 활성탄을 만들었다. 활성탄은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필터로 사용된다. 원래는 석탄이나 야자수 껍질로 만드는데, 커피 찌꺼기를 사용하면 단가를 훨씬 줄일 수 있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테이블 / 스타벅스
카페폼 / 카페폼 인스타 캡처
친환경 핸드메이드 제품으로도 각광받는 커피찌꺼기

또한 커피찌꺼기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으로도 활용된다. 스타벅스에서는 지난 2015년, 광화문점에서 커피찌꺼기로 만든 보드, 테이블, 인테리어 마감재를 선보였다. 약 5000잔의 커피잔에서 나온 찌꺼기를 압축하여 제작했고, 가격도 원목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독일 디자이너이자 도예가인 줄리언 라흐너는 커피 찌꺼기에 천연 응고제를 넣어 굳혀 커피잔을 만들었다. 암스테르담 커피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커피잔 이름은 카페폼(Kaffeeform)으로 지었다. 이 커피잔은 커피향이 은은하게 나고, 독특한 커피색이 빈티지한 분위기를 낸다.

우크라이나 선글라스 브랜드 오치스(ochis)에서는 커피찌꺼기로 만든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수작업으로 탄생하는 이 선글라스는 커피 찌꺼기에 아마씨 오일, 천연 접착제 등을 사용해 반죽하고 높은 압력을 통해 굳힌 뒤 가공하여 만든다. 플라스틱보다 가볍고 부드러우며, 버려도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비료가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커피 찌꺼기로 의류도 만들 수 있다. ‘콜라트리’에서 만든 에볼루션 후디(evolution hoodie)라는 후드티는 커피 3잔의 찌꺼기와 플라스틱을 잘게 잘라 섬유로 뽑아 만들었다. 또 '벤제프' 업체는 커피 찌꺼기에 나노 입자를 추출해 티셔츠를 만들었다. 커피찌꺼기는 전통 천연 염색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나주천연염색재단은 이 염색기술을 개발해 의류와 다양한 소품을 염색하고 있다.

이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옷들은 커피 성분으로 인해 구김이 적고 가벼우며, 냄새를 흡수하고, 땀에도 빨리 마른다. 또한 자외선도 차단해 주고 피부에도 좋다. 굉장한 기능들이다. 그래서 다른 수많은 의류 브랜드에서도 요즘 커피찌꺼기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커피찌꺼기 의류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커피큐브로 만든 작품들 / 대전롯데백화점
국내의 커피큐브라는 업체는 이 커피 찌꺼기로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임병걸 대표는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를 더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고체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했고, 부엉이 인형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후에도 커피 벽돌과 점토, 다양한 공예품 등도 만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커피찌꺼기 분말과 물을 섞어 만든 커피점토는 연구결과, 유해 물질이 없고, 활용도가 뛰어나다.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각광을 받는데, 마음대로 원하는 물건도 만들 수 있고, 다른 색소를 섞으면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어 DIY 용품 등이 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커피 찌꺼기의 활용을 살펴보았다. 버려졌던 커피 찌꺼기가 이렇게 다양한 쓰임이 있을 수 있구나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 현대의 주요한 트렌드는 환경보호이다. 그리고 환경보호를 위한 자원의 슬기로운 사용과 새활용이 요구되고 있다.

커피는 현대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인 만큼, 그 찌꺼기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앞으로의 환경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도 커피 찌꺼기가 어떤 숨겨진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