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옷장에서 본 것 같은 ‘벨트’, 이제는 핫패션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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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07-11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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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영향에 브랜드 로고 버클이나 두꺼운 벨트 착용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패션이 돌고돌면서 아빠옷장, 엄마옷장이 핫해지고 있다. 이미 머리에는 곱창밴드와 집게핀이 자리잡았고, 상의는 어깨뽕이 잔뜩 들어간 듯한 퍼프, 배꼽티라고 불렸던 크롭티가 유행하고 있다. 하의는 오버사이즈의 통넓은 바지가 거리를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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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와 하의 사이, 허리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덩달아 ‘벨트’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저 기성복 사이즈를 몸에 맞추기 위해 쓰던 벨트가 아닌, 촌스럽게 로고가 크게 박혔던 벨트가 아닌, 개성을 뽐내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세시대, 칼을 차면서 시작된 벨트 패션


벨트 패션은 군인들로부터 시작됐다. 군인들이 입던 트렌치 코트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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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백과사전을 보면, 중세시대 기사들이 검(劍)과 같은 무기를 착용하거나 주머니류를 매달기 위해 사용됐으며, 지금의 가죽벨트가 발달하게 된 것은 12세기부터다. 헐렁한 원피스 형식의 의복을 입기 위해 사용되다가, 14∼15세기경에는 보석을 박은 호화스러운 디자인이 등장했다고 한다. 점차 실용화되면서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는 여성복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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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는 요즘도 패션 아이템을 넘어, 허리춤에 필요한 용품을 장착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등 실용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역사 속 벨트는?

우리나라는 한복이라는 전통의복을 입는다. 한복 바지는 허리를 끈으로 동여매 입는 방식이기 때문에 허리띠는 필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벨트를 혁대(革帶), 요대(腰帶) 등으로 불렀다.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경북, 충북 등지에서 다수 발견된 청동기 유물 중에서 청동마형대구(靑銅馬形帶鉤), 청동 말모양 허리띠 고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대구(帶鉤)는 가죽이나 천으로 된 띠를 매기 위해 양 끝에서 서로 끼워 맞추는 고리를 말한다. 요즘 벨트의 고리와 버클에 해당한다.

다양한 유물을 보면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에도 허리띠는 우리나라 의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고구려에는 고분벽화와 각종 기록에서 요대(腰帶)로 백위대(白葦帶)·백피소대(白皮小帶)·자라대(紫羅帶)·소피대(素皮帶)·은대(銀帶)·금구혁대(金釦革帶) 등을 발견해, 가죽부터 금, 은의 화려한 장식까지 다양한 허리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국사기> 색복조와 <당서> 백제조에서는 “백제왕은 고구려 귀족과 같이 소피대를 띠었다고 한다”고 되어 있어 백제에도 혁대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국보 제192호 황남대총 북분 금제 허리띠 (皇南大塚 北墳 金製 銙帶) / 문화재청
신라에서는 혁대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명확하지 않지만, 토우상이 혁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나 경주의 대총·천마총·서봉총·금관총·금령총 등에서 출토된 금제과대가 혁대와 유사한 모습인 것을 보면 허리띠를 사용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통일신라 때도 마찬가지로,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삼국사기> 색복조에 따르면, 육두품의 요대는 오서(烏犀)·유(鍮)·철·동을 사용하고, 오두품의 요대는 철, 사두품의 요대는 철과 동을 쓰며, 평인의 요대는 동과 철을 쓴다고 기록되어 있다.
영화, 드라마에서도 고려시대 복식을 엿볼 수 있다 / 네이버 영화,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공식 홈페이지
고려시대는 복식 제도에 따라 혁대에 사용되는 장식이 달랐다. 임금이 제례 때 입는 곤복(袞服), 면복(冕服) 혁대에는 백옥을 달거나 금구철을 했다. 왕이나 신하가 행사 때 입는 조복(朝服)에는 홍색 혁대에 금구철을 했다.

제사를 지낼 때 입는 제복(祭服)에는 직위에 따라 혁대에 산이나 꽃 수를 놓거나, 백옥을 달았거나, 아무런 장식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1370년(공민왕 19)에 명나라로부터 받은 제복에서는 품계에 따라 은으로 된 혁대를 매고 자수가 있기도 하는 등 차이를 두었다.
국가민속문화재 제13호 경산 정원용 의대 (經山 鄭元容 衣帶) / 문화재청
조선시대는 고려시대와 비슷하게 명나라 복식을 따랐다. 품계에 따라 혁대의 모양 등이 달랐을 것으로 추측된다. 드라마, 영화 등 사극에 등장하는 관대를 보면 알 수 있다. 고종 때는 황후·황태자비의 예복에 옥혁대가 있었다.

가죽 허리띠(피혁대)는 군대에서 주로 사용했다. 의식 때에 착용하는 요대로 식대(式帶), 군대를 동원할 때 쓰인 사슴가죽(녹비(鹿皮))로 만든 발병부대(發兵符帶), 선전패(宣傳牌)를 넣는 주머니를 차기 위한 송화색의 녹비로 만든 선전패대가 있었다고 한다.

시대에 따른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 허리띠는 주로 계층을 나타내는 도구, 그 계층의 고귀함을 나타내는 장식 등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가죽부터 메탈까지, 뉴트로 바람타고 돌아온 90년대 벨트패션

벨트의 재질은 매우 다양하다. 가죽, 메탈, 천, 플라스틱 등 소재는 매우 다양하다. 가죽도 소가죽, 양가죽의 고급스러운 재질부터 스웨이드 등이 사용된다. 가죽과 메탈이 결합되는 경우도 많다.
정장 사이로 보이는 벨트가 품격을 높이는 느낌이다 / pixabay
보통 가죽벨트는 남성들이 정장을 착용할 때 많이 사용해, 남성복 매장에서는 잡화로 벨트를 함께 판매한다. 과거 역사에서 관료들이 관대를 착용한 것처럼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정장에서는 벨트를 같이 착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나중에 착장법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맞춤 정장을 만드는 테일러들이 ‘정장을 입을 때는 벨트가 필수’라고 말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정장 착용법 등을 검색하면, 정해진 착용법은 없지만 벨트는 구두와 컬러를 맞추라는 조언을 볼 수 있었다.

체형의 특징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허리와 엉덩이가 일자형이라 어떤 형태로든 고정해주는 것이 없으면 바지가 흘러내린다. 그래서 멜빵을 주로 착용하다가. 192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90년대 패션에서 쉽게 벨트를 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MBC 일사에프(https://youtu.be/iMJpsjCy_oE), SBS 스브스뉴스(https://youtu.be/ivbUOoEZZPk), KTV(https://youtu.be/vGpAIgvwf3U) 유튜브 영상 캡쳐
무한도전에서도 복고패션을 선보였다. 길게 늘어뜨린 벨트와 버클이 큰 벨트가 인상적이다 / MBCentertainment 유튜브 영상 캡쳐(https://youtu.be/tpieVmVZtAQ, https://youtu.be/6ngUB-8aPqs)
버클이 돋보이는 벨트 / pixabay
다양한 버클 디자인 / pixabay
다양한 디자인의 벨트들 / pixabay
90년대에는 통넓은 힙합바지, 부츠컷 등을 입기 때문에 사이즈가 큰 편이었다. 그래서 벨트는 오버사이즈 바지를 허리에 딱 맞게 입기 위해서도 사용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단조로운 디자인보다 개성넘치는 디자인을 찾았던 당시 X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벨트 디자인이 탄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요즘처럼 버클이 큰 모양부터, 끈을 길게 늘어뜨리는 벨트까지 다양한 벨트가 유행이었다.


요즘의 벨트는? 패션 포인트로 활용

벨트가 바지 허리사이즈가 커서 맞춰입기 위한 도구로 쓰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패션 포인트 중 하나로 쓰이는 것 같다.
버클에 로고가 포인트다 / 루이비통, 구찌, 펜디, 페라가모 홈페이지 제품사진
일부 명품 브랜드는 로고나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극대화시킨 ‘로고 버클 벨트’ 제품을 다수 내놓기도 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SS20 벨트 컬렉션에 대해 ‘장인의 전통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빈티지한 디테일로 표현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트와이스 뮤직비디오 영상 캡쳐(https://youtu.be/mH0_XpSHkZo)
걸그룹 트와이스도 최근 발표했던 ‘more&more’ 뮤직비디오에서 에스닉한 의상과 화이트 계열 의상에 두꺼운 가죽 느낌, 골드체인 느낌의 벨트로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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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성들은 벨트를 본래의 목적이 아닌, 허리선을 강조할 수 있도록 원피스, 셔츠 위에 착용하는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것이 요즘 패션이다. 단조로운 옷도 벨트 하나로 세련되어 보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그 모양과 두께, 디자인도 다양하다.

가죽공예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원데이클래스 중에는 가죽벨트를 직접 만드는 강의도 있다. 허리 사이즈에 맞고, 컬러도 맘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패션이 돌고 돌지만,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갑자기 유행하는 뉴트로 패션에 적응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옷장 한 구석에 벨트가 걸려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면, 어느날 한번쯤은 멋지게 착용하고 나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누가 또 알까. 그날 벨트 하나로 기분이 달라질 수도 있을지 말이다. 벨트가 없다면, 엄마나 아빠의 옷장을 열어보자. 과거의 추억이 현재의 핫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