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전염병 퍼뜨리는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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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3-31 15: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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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균, 기생충, 생물병기… 듣기만 해도 흉흉한 이름들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이용해 온 인류를 감염시키는 것이 목적인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가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영국 게임제작사 엔데믹 크리에이션 대표 제임스 본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2년 출시한 시뮬레이션 게임인데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전염병 주식회사’를 떠올리고 찾는 게이머들도 늘었다고 합니다.
ndemiccreat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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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잔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전염병 주식회사’는 학교에서 교육 자료로 사용될 정도로 유용한 게임입니다. 가상의 전염병을 퍼뜨리면서 위생과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가 병을 퍼뜨리는 만큼 게임 속 인류는 단합해서 백신을 개발하려 애씁니다. 공항 봉쇄, 자가 격리, 위생의식 개선운동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인공지능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방불케 합니다.

평소 경제학과 생물학에 관심이 있었던 개발자 본 씨는 게임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이런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관 자문도 받아 현실성도 높였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바이러스가 어떤 환경에서 더 빨리 확산되는지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바이러스 대처법을 공부하게 되는 셈입니다. 본 씨는 2013년 미국 애틀랜타 주 질병관리센터(CDC)의 초대를 받아 강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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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본 씨는 “게임 출시 당시만 해도 ‘전염병 주식회사’ 같은 상황이 세계적으로 벌어질 줄 몰랐다. 우리 게임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줄도 몰랐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엔데믹 크리에이션은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최근 25만 달러(약 3억 원)를 기부했습니다.

비록 가상의 바이러스일 뿐이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힘겹게 맞서고 있는 이 시기에 플레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엔데믹 크리에이션 사는 곧 새로운 게임 모드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새 모드는 전염병을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막아내는 스토리이며 무료로 배포됩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