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도중 이웃집 여자에게 반한 남자의 데이트 성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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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3-30 16: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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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는 미국 내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입니다. 3월 30일 기준 뉴욕 주 확진자는 6만 명이며 사망자도 1000명에 달합니다. 지난 25일 확진자 3만 명을 넘어선 이후로 며칠 지나지 않아 두 배나 늘어난 셈인데요. 자가격리 중인 뉴욕 시민들은 지루함과 외로움 때문에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진=제레미 코헨 씨 인스타그램(@jermcohen)
하지만 맺어질 인연은 어떻게든 맺어진다고 하던가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봄 내음 솔솔 풍기며 커플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제레미 코헨(Jeremy Cohen·28)씨와 토리 시나렐라(Tori Cignarella·28)씨입니다.

23일, 자가격리 때문에 ‘방콕’생활을 하던 제레미 씨는 창 밖을 내다보다가 이웃 건물 옥상에서 어떤 여성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 지루함을 잊기 위해 짤막한 틱톡 영상이라도 찍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흥겹게 춤추는 여성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밝아진 제레미 씨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고, 상대도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간만에 새로운 사람과 만나 인사했다는 즐거움에 들떴습니다. 이웃집 여성과 좀 더 친해지고 싶었던 제레미 씨는 자기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은 다음 드론에 붙여 날렸습니다. 쪽지를 본 여성은 환하게 웃었고, 얼마 뒤 제레미 씨의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옥상에 있던 사람인데요!”

여성의 이름은 ‘토리’ 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었지만 자가격리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둘은 결국 처음 만난 바로 그 장소에서 각자 상을 차려놓고 ‘원격 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토리 씨는 옥상에, 제레미 씨는 자기 방 발코니에 1인 식탁을 차리고 화상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레미 씨와 토리 씨의 룸메이트들도 신이 나서 음식 준비를 도왔습니다.
사진=제레미 코헨 씨 인스타그램(@jermcohen)
생각지도 못 한 로맨스에 행복해진 제레미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토리 씨와 만나게 된 사연을 공유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상황에서 꽃핀 풋풋한 연애담은 집 안에 갇혀 있느라 생기를 잃어가던 사람들의 마음에도 기쁨을 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훈훈한 이야기는 뉴욕포스트, 타임 등 미국 현지 매체에도 소개됐습니다. 제레미 씨는 ‘발코니 보이’, 토리 씨는 ‘루프탑(rooftop·옥상) 걸’이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코로나19를 뚫고 맺어진 이 귀여운 커플은 이틀 전인 28일 기념비적인 ‘근접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제레미 씨는 햄스터볼처럼 커다란 투명 비닐 볼에 바람을 불어넣고 그 안에 들어가 토리 씨를 만났습니다. 직접 접촉은 하지 않으면서도 가까이에서 그녀를 만나기 위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얇은 비닐 너머로 손바닥을 맞댄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네티즌들에게 미소를 전하기 충분했습니다.
제레미 씨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큰 관심을 받게 돼서 사실 좀 걱정도 됐습니다. 토리 씨가 싫어할까봐서요. 다행히 그녀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이야기를 봐 주는 걸 좋아합니다”라며 앞으로도 종종 커플 근황을 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9STREET 편집팀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