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리, 방광리, 대변리…’ 귀에 쏙 들어오는 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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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3-19 17: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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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뉴스 캡처
야동리(충북 충주), 방광리(전남 구례), 대변리(부산 기장), 대가리(충북 단양/전북 순창)… 모두 실제로 있는 마을 이름입니다. 유서 깊고 소중한 마을 이름들이지만 들었을 때 어쩐지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는데요.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마을 이름들, 얼마나 있을까요?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야동리
대장간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라 풀무 야(冶)자를 써서 야동리입니다. ’야한 동영상’의 줄임말과도 발음이 똑같아 종종 민망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외우기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야동리에는 야동초등학교, 야동버스정거장 등 마을이름을 딴 시설도 많습니다. 

사실 ‘야동마을’은 충주시뿐만 아니라 경남 창녕군, 경북 김천시, 전남 강진군 등 전국적으로 흔한 이름입니다. 주로 들 야(野)자를 써서 야동마을이지요.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빛을 발하는 마을, 방광(放光)리입니다. 우리 신체의 일부인 그 방광이 연상되지만 당연히 아무 관련 없습니다. 방광마을 주변에는 아름다운 숲이 조성돼 있어 풍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합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바다를 낀 해안 마을입니다. 항구인 ‘대변항’이 있는 마을이죠. 대변항에서는 맛 좋은 멸치가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조선 중기 때 김성련이라는 선비가 적은 일기에 ‘대동고변포’라는 지명이 있었고, 이 긴 이름을 줄여서 대변포라 부르다가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변리에 있던 ‘대변초등학교’는 학교 이름 때문에 놀림 받던 재학생들의 노력으로 2018년 ‘용암초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습니다. 유서 깊은 마을 이름이 들어간 교명을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교명을 바꾸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학교 이름을 바꾼 이 사건은 ‘똥 학교는 싫어요! 대변초등학교 아이들의 학교 이름 바꾸기 대작전’이라는 어린이 도서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대가리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 /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충북과 전북에 각각 ‘대가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두 곳 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마을인데요. 충북 대가리는 ‘큰 것을 더한다(大加)’는 의미이며, 전북 대가리는 ‘아주 아름다운(大佳)’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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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오취리 마당 풍경

Entranceest(@sungwon.eum)님의 공유 게시물님,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방송인 ‘샘 오취리’와는 당연하지만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도와 취도라는 섬 두 개로 이루어진 마을이라 오취리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이색적인 마을 이름은 기억에 잘 남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놀림감이 되는 등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산수리, 충북 증평군 원평리, 대구시 달서구 호산동은 과거 각각 ‘통곡리’와 ‘죽2리’, ‘파산동’이었으나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이름을 바꾼 사례입니다. 산수리와 원평리는 2006년, 호산동은 2005년 새 이름을 내걸었습니다. 

한편 논의 후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한 곳도 적지 않습니다. 전남 담양 ‘객사리’는 손님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의 객사(客舍)이지만 어감상 타지에서 떠돌다 사망한다는 뜻의 객사(客死)를 연상케 해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민 논의 결과 정든 이름이라 결국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북 청도군 구라(九羅)리, 전남 해남군 고도(古道)리, 앞에서 언급한 대가리와 야동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주민들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마을입니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독특한 마을 이름들을 부를 때마다 그 안에 담긴 뜻도 같이 생각해 준다면 더 좋겠죠?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