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옆에 여자친구 합성해주세요” 부탁 받은 디자이너의 반응

29STREET
29STREET2020-03-13 10: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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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임스, 작품 잘 보고 있어요! 제 옆에 여자친구를 합성해 줄 수 있나요?”
“물론이죠.”


영국 디자이너 제임스 프리드먼 씨는 코믹한 합성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로 유명합니다. 솔로 남성이 여자친구를 합성해 달라고 하자 팔에 '여자친구(Girlfriend)라고 글자를 넣어 주고, ‘사진 속 나무에 이파리를 더 많이 달아 달라’는 의뢰에는 아예 사람 얼굴을 다 가려버릴 정도로 잎을 풍성하게 합성해 줍니다. 양복 입은 세 남자가 ‘야외 말고 박물관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는 아예 박물관 진열장 안에 들어간 해골 3구 사진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치 있는 프리드먼 씨의 작업물은 몇 년 째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트위터 @fjamie013
트위터 @fjamie013
트위터 팔로워가 169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 있는 프리드먼 씨는 ‘포토샵 지니’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어떤 합성 의뢰든 다 해결해 주는데, 해결해 주는 방향이 아무래도 좀 이상하죠? 그 역시 자기 작업물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SNS와 공식 홈페이지에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습니다.

장난기 많은 이 디자이너에게는 의외의 모습도 있습니다. 그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제임스 프리드먼 재단(James Fridman foundation)을 만들었습니다. 이 재단은 예술 체험 활동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우울증이나 거식증처럼 젊은이들이 많이 고민하는 문제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합니다.

유머 감각 넘치고 따뜻한 마음까지 가진 프리드먼 씨는 단순히 코믹한 합성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훈훈한 메시지까지 남깁니다.


트위터 @fjamie013
“안녕하세요 제임스, 합성으로 제 턱을 바꿔 줄 수 있을까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제 턱을 가지고 놀려요. ‘엉덩이턱’이라거나 ‘두턱’이라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상처를 받습니다. 딱 한 장만이라도 좋으니 턱이 갈라져 보이지 않는 사진을 갖고 싶어요. 다른 중요한 일들이 많으시니 제 글을 못 보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들어주셨으면 좋겠네요. 고마워요, 당신의 팬이랍니다!” 

“장난으로 놀려대는 말에는 악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당신의 외모를 바꾸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그저 별 일 아니라고 웃어 넘겨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 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때때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약점을 남에게 투사하고 자기가 상처 입었기 때문에 남들을 상처 입히려고 한답니다.”
트위터 @fjamie013
“안녕하세요 제임스! 당신 작업물 너무 좋고 재미있어요. 이런 요청(외모를 예쁘게 바꿔 달라는 요청)은 들어주지 않는다는 거 지금까지 봐서 잘 알고 있지만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지금까지 살을 빼려고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였어요. 스포츠, 식단조절, 운동, 다이어트 약까지 정말 문자 그대로 다 했는데… 전 여전히 뚱뚱하더라고요. 부디 사진 속의 저를 날씬해 보이게 만들어주세요. 간절한 부탁이에요. 그저 제가 예쁘게 생겼더라면 어떤 모습일지 한번 보고 싶은 것 뿐이에요. 잘 부탁해요!” 

“날씬하다는 건 아름답다는 말과 동의어가 아니랍니다. 자기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살을 빼려고 하지 마세요. 활기차게 움직이고, 건강한 음식을 드시고, 당신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 행복할 수 있게끔 허락해 주세요.”

네티즌들은 “새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기대된다”,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 하는 디자이너”,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재능 낭비”, “내 사진도 보내 보고 싶다”, “이 사진들로 전시회 해도 될 듯”이라며 프리드먼 씨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