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새로운 변주, 현대적 감성과 더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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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03-0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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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주는 새로운 영감, 현대 디자인으로 거듭나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지나간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과거가 가진 가치에서 영감을 얻는 이도 존재한다. 무엇이 더 나은지 굳이 우열을 가리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단지 과거의 아름다움이 현대에 어떤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집중하면 된다.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디자인의 포화 상태를 지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디자인은 나오기 마련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것이 이미 세상의 빛을 봤던 디자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쏟아지는 최신 트렌드들 중 몇몇은 이미 과거에도 유행을 거쳤던 경우를 흔히 접하기도 한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 디자인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pixabay
온고지신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렇듯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이미 한 번 검증을 받은 디자인이니 다시 나와도 유행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분명 이미 지나간 유행이지만 어쩐지 다시 나와도 크게 촌스럽지 않은 이유는 과거 수많은 디자인의 매몰에도 살아남았던 아이디어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전통의 아름다움 또한 이와 유사성을 가진다. 그간 전통에 대한 이미지는 낡고 오래된 것, 옛 조상이 사용하던 구시대 유물 같은 지나간 것이란 인식이 컸다. 하지만 지금도 알게 모르게 전통의 정신이 우리 삶에 녹아 있다. 자연스럽게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화려하고 장엄함이 느껴지는 고궁의 전통 천장화, 현대에도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 윤미지 기자
후대까지 전해져 내려와 이제는 현대의 삶에 스며들어 어우러진 전통의 모습은 또 다른 가치를 전한다. 이것은 젊은 세대들의 뉴트로 트렌드에 입각한 현상이라 볼 수도 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미제’, ‘일제’를 선호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비싼 수입품을 가지고 싶어 하던 시기를 지나 우리 전통의 옷을 입힌 아이디어 상품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다양한 제품들이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담고 있다. 모던하고 세련된 현대의 디자인들은 전통의 기품을 입고 다시 태어나 새로운 제품이 된다. 전통적 현대 디자인 소품들을 통해 온고지신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전통의 가치를 더한 현대 소품 리디자인

그간 인테리어부터 패션,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산업에서 서양식 문화가 주를 이뤄왔다. 동양 예술은 오리엔탈리즘, 즉 서양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양의 어떠한 양식 정도로만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동양의 예술은 유럽의 예술 사조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파동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어떤 관점에서 좋고 말음을 제단 당할 이유가 없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말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은 이러한 가치에도 적용이 된다. 예술과 문화를 누리는데 인종 우월주의에 빠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모든 나라의 문화는 고유의 가치를 가지며 저마다의 특색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창의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에는 가장 개인적인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이 어쩌면 더 유익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몇몇의 감각 있는 작가들은 이미 이러한 흐름을 짚어내고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우리의 유산을 현대 디자인에 녹여냈다.
한옥의 기와에서도 전통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pixabay
전통 자개 장식의 보석함, 전통 고유의 디자인을 그대로 반영한 사례 /윤미지 기자
전통을 현대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전통 물품의 쓸모와 조상의 지혜를 적용해서 실용적인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방식도 있다. 또 전통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를 현대의 소품에 덧입히는 방법도 눈에 띈다.

특히 현대 산물에 전통 이미지를 넣어 디자인하는 것은 효과적으로 온고지신을 이룰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물건에 전통 디자인을 대입하는 것은 과거와 현대의 간극을 메워주는 한 예시가 된다.

현대 산물인 키링, 이제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리 잡은 드림캐처 등에 전통 요소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다. 우리 문화 고유의 수호 영물인 해태와 기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담아낸 키링이나 지역 상징물인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도 창조신이라 하는 설문대할망을 디자인으로 담은 드림캐처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 고유 문화에 입각하여 수호 영물, 지역 상징물 등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는 방법은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함께 보여줄 수 있어 더 가치를 지닌다. 전통 디자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를 전하는 것이다.

지역 상징물인 제주도의 돌하르방, 제주도 창소신이라 하는 설문대할망을 디자인으로 담은 드림캐처, 온고
수호 영물인 해태와 기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담아낸 키링 ,온고
광화문 해치상 /윤미지 기자
반대로 과거에 널리 쓰였던 물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그림이나 글씨를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사용했던 족자는 형태를 가져와 현대의 패브릭 포스터에 대입했다.

과거에도 그림이나 글씨를 넣어 액자처럼 족자를 사용해 벽에 걸곤 했는데 현대에 와서 이는 아트 포스터를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동양화 대신 감성적인 레터링을 넣은 족자 디자인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전통을 단순히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시선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현대적 리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또한 전통이 멀고 아득한 과거에서 비롯한 유산의 의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옛 것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밀접하게 느낄 수 있게 하는 시도라 해석할 수 있다.
조선시대 족자 형태의 패브릭포스터, 제이앤리나
전통이 주는 새로운 영감

한국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고즈넉하고 고상한 전통의 미를 연상한다. 물론 이도 우리 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양상이다. 과거부터 주변국은 한국을 동방예의지국이라 일컫기도 했다. 또한 선비의 고고함과 절개는 옛 문헌이나 역사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적인 것의 의미는 이전과 전혀 다르다.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이너들은 우리 문화의 고요하고 고결한 인품을 표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힙한 문화를 보여준다. 개성 있고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하나의 가치로서 재해석한 것이다.

그간 서양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잘못된 관점을 통해 동양을 바라봐 왔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동양과 서양을 구분지어 양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인정한다.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가장 창의적으로 발산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는 전통을 또 하나의 영감으로 한 다양한 현대 디자인이 날아오를 차례다. 전통 디자인의 변주는 무궁무진하다. 작가의 시선에 따라 옛 것에 대한 이미지를 재해석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색다른 리디자인의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전통의 가치를 입은 현대적 아름다움에 집중해보자. 새로운 디자인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