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로 만든 다이아 반지가 있다?

마시즘
마시즘2020-03-08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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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쓸 때에도 사회나
환경을 생각해야 해
여자친구가 내게 준 가르침은 돈을 쓴다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경제개념이 전혀 없던 나에게 소비를 하면서도 환경이나 사회를 지킬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물론 가끔씩 바나나맛 우유를 꼭 빨대로 마셔서 걸렸다는 건 함정이지만(양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만약에 우리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떨까? 적어도 내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마실거리니까. 음료와 나, 누가 더 먼저 개과천선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쭉 해왔다. 결국 답은 음료였다. 심지어 재활용만으로 살림살이를 해결할 수도 있겠더라고. 오늘 마시즘은 음료 병들의 무한 재활용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펩시가 다이아몬드로?
크리스탈 펩시로 만든 반지
- 장점 : 음료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선물
- 단점 : 그런데 상대가 코크파면 어떡해


투명한 콜라 ‘크리스탈 펩시’을 아는가? 1992년 ‘콜라는 검은색’이라는 통념을 뒤엎어 버린, 하지만 알고 보니 뒤집힌 것은 자신의 판매량이었던 비운의 녀석이다.

소비자들의 외면에 1년 만에 단종되었지만 2016년에 재출시된 크리스탈 펩시는 올해 로맨틱한 일을 벌였다. 바로 ‘A ring with Taste(맛있는 반지)’라는 이벤트. 크리스탈 펩시를 고온 고압으로 가열해 여기에 탄소와 천연 다이아몬드를 혼합해서 반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검은색이 아닌 투명한 크리스탈 펩시만의 매력을 남겼다랄까?

펩시는 로맨틱한 프러포즈 아이디어를 트위터에 올리고 끝에 태그(@Pepsi, #PepsiProposal, #Contest )를 달면 추첨을 통해서 이 반지를 선물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게 3월 6일까지라는 것인데. 영작은 물론 그전에 프러포즈할 사람과 멘트까지 구해야 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집을 병으로 지었어요
하이네켄 WOBO
- 장점 : 맥주도 마시고 집도 지을 수 있다
- 단점 : 저것 만큼 마실 돈으로 집을 사는 게…


맥주병으로 집을 지으려는 노력은 이미 1960년대부터 시도되었다. 지난 마시즘 <다 마신 맥주병으로 집을 만든다면?>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하이네켄의 CEO 프레디 하이네켄은 해안가에 쌓은 맥주병과 집이 없는 사람들을 보고, 맥주병을 벽돌 대용으로 만들 수 있게 디자인을 한 일이 있다.

물론 결과는 실패했지만. 이 시도는 훗날 많은 도전을 낳았다. 태국에는 버려진 병을 모아서 지은 ‘왓 파 마하 체디 카우(Wat Pa Maha Chedi Kaeo)’라는 병으로 만들어진 절(150만개 정도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브라질 상파울루에는 6,000개의 빈병으로 만든 가정집이 있다고 한다. 물론 병으로 집을 만들었다고 해서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처럼 집에서 술이 나오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집을 만들었으면 가구도 있어야지
코카콜라 111 네이비 체어
- 장점 : 되게 멋지고 편하다
- 단점 : 내색하지 않으면 이케아


독자들은 모르고 있지만 이 글은 (상상 속에서) 프러포즈와 집 장만의 단계까지 왔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인가. 바로 집을 채울 가구를 구하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가구회사와 콜라보를 하여 페트병으로 의자를 만들었다. 바로 ‘111 네이비 체어(111 navy chair)’라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다.

실제 마시즘이 미국의 코카콜라 본사에 갔을 때 로비가 이 의자로 있었던 것이 인상이 깊었다. 본사와 박물관의 매장에서는 직접 팔기까지 했다. 가구는 물론 옷이나 가방까지 업사이클링으로 바꾸고 있었던 것이 감동받은 부분. 물론 내색을 하지 않으면 이 가구가 이케아인지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아쉽다.
페트병으로 신발과 옷까지
의류회사의 빈병 수집
- 장점 : 환경도 멋짐도 살리는 선택
단점 : 사고 싶은데 살 수가 없네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하는 것은 음료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의류 브랜드 쪽은 앞장서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공병수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을 활용해 다시 옷이나 신발의 소재로 재활용을 하는 것이다.

아디다스에서는 환경보호단체 팔리와 함께 협업하여 해양 플라스틱 병을 수집해 만든 ‘울트라 부스트 팔리(UltraBoost Parley)’를 출시했다. 환경을 살린다는 스토리와 함께, 멋지게 나온 신발까지 보여준 좋은 콜라보였다.

아디다스뿐만 아니라 나이키,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의류 브랜드들은 점차 의류 제작에서 이런 재활용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콜라보는 구하기가 힘들다는 게 함정. 물론 구하기 힘들어서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더 함정.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친환경을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안티 플라스틱’에 발맞춰 기업들은 바뀌고 있다. 제품의 성능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슈머’들의 등장으로 우리는 보다 더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기업 역시 생각의 틀이 열렸다.

생산자인 기업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여 ‘기존에 생산된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친환경을 지키려고 한다. 이런 논의 자체가 우리 환경을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을 바로 하기에는 아직 투머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