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서 연교가 먹었던 '채끝 짜파구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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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02-14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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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2월 9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LA돌비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면서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까지 받으며 굵직한 상들을 휩쓸고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권에 속하는 영화가 최고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다. 기생충은 이번 오스카상 4관왕 수상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으며 가장 많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외국어 영화로 인정받았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돌비 극장/ pixabay
또한 영화 기생충이 수상한 국제장편영화상 역시 의미가 크다. 지난해까지 외국어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글로벌 시대에 ‘외국’이라는 단어가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올해부터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름이 변경됐고 첫 수상을 기생충이 하게 된 것이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이전에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제 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공동 수상했으니 세계 영화인들의 쏟아지는 관심과 영화의 가치를 동시에 증명한 셈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로 엄청난 양의 관련 트윗이 전 세계적으로 쏟아졌고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 영화 속 박 사장 가족이 살았던 단독주택, 기택네 가족이 살았던 반지하 방 등 모든 것들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연교가 먹었던 채끝 짜파구리다. 기생충은 부와 가난의 장벽, 그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두 가족의 만남을 통해서 전개한다. 기우는 친구의 소개로 박 사장 집 큰 딸 다혜의 과외를 맡게 되는데 기우의 박 사장 집 입성으로 이 계급 우화는 빠른 속도로 전개가 된다.

채끝 짜파구리는 사모님 연교가 막내아들 다송이를 위해서 그의 가정부 충숙에게 지시한 요리다. 박 사장네 가족이 폭우 때문에 캠핑을 중단하고 돌아오는 길에 충숙은 빠른 손놀림으로 채끝 짜파구리를 만든다.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이 대목에서 짜파구리가 왜 나오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는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중요한 소재다. 라면은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을 대표하는데 영화 기생충에 나온 채끝 짜파구리는 보통 라면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짜장라면과 일반 라면을 섞어서 만드는 레시피인데 이것은 영화에 나오기 이전부터 많이들 먹는 라면 조합으로 온라인에 게시되곤 했었다. 짜파게티 한 봉지와 너구리 한 봉지를 구입한다고 해도 2천 원 안쪽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한 끼에 먹기에 무리가 없는 가격대다.

하지만 사모님 연교가 지시한 짜파구리는 다르다. 여기에는 무려 한우 채끝살이 등장을 한다. 시중 정육점에서 한우 채끝살을 구입하려면 한 근에 7~8만 원 정도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고급 부위에 속한다. 서민 대표 음식인 라면에 한우 채끝살을 넣어 호화롭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빈부격차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인이 이용하는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생충 짜파구리 만드는 레시피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미국의 요리 평론 잡지에까지 등장하니 짜파구리를 향한 세계인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 대사관 동료들과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을 게재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우리나라 짜파구리는 ‘람동’ 이라는 번역으로 소개가 됐으며 이는 라면과 우동을 합친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짜파구리에 대한 화제가 지속되자 짜파구리를 만드는 레시피를 11개 언어로 설명한 유튜브 영상을 게재했다.

부잣집 사모님 연교가 캠핑을 망쳐 토라져 있던 다송이 대신 맛있게 먹었던 짜파구리 만들기. 본 기자도 직접 집에서 만들어보았다.


영화 '기생충' 속 연교도 먹었던 '채끝 짜파구리' 레시피
직접 장보고 왔다/ 윤미지 기자
<한우 채끝살, 짜파게티 한 봉지, 너구리 한 봉지>

재료 준비를 하면서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요리라는 게 정말 실감이 났다. 한우 채끝살을 라면에 넣어 먹는 다는 것이 꽤 생소하다. 가격대가 꽤 높으니 다른 부위로 대체해서 준비를 해봐도 좋을 듯하다. 일단 본 기자는 기생충식 짜파구리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우 채끝살을 소량 구입해왔다.
보라, 이것이 채끝이다/ 윤미지 기자
먼저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구워본다 / 윤미지 기자
잘 익었군/ 윤미지 기자
잘라준 고기를 프라이팬에 구워주는데 이때 소금 간과 함께 후추를 살짝 뿌려준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는 한 쪽에 잘 준비를 해둔다.
라면 끓이기/ 윤미지 기자
짜파구리를 끓이기 위해 물을 올린다. 물이 끓으면 라면을 넣고 끓여주는데 두 봉지를 모두 넣으면 남기게 될 수 있으니 한 봉지만 넣어서 끓여봤다. 나머지 면은 나중에 라볶이를 만들어 먹을 때 사용할 생각으로 봉투에 잘 담아뒀다.
스프 비율이 중요함/ 윤미지 기자
라면이 다 익으면 물을 따라 버리고(이때 물을 세 스푼 정도 남겨둬야 완성했을 때 식감이 뻑뻑하지 않다) 스프를 넣어준다. 면 두 개를 모두 끓일 때는 짜장라면 스프는 한 개 모두, 너구리 스프는 3분의 2를 넣어준다. 한 개만 끓일 때는 짜장라면 스프 3분의 2와 너구리 스프 3분의 1을 넣어주면 간이 딱 된다. 짜파게티에 첨부된 올리브 오일도 같이 넣어준다.
드디어 완성/ 윤미지 기자
완벽한 하모니/ 윤미지 기자
잘 비벼주고 위에 먼저 구워 뒀던 채끝살을 올려주면 완성. 짜파게티의 고소함과 너구리의 매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데 채끝살의 육즙이 풍미를 더해 완벽한 하모니를 만든다.

박 사장네 단독주택부터 기택네 반지하 방, 기택네 가족이 반지하에서 다 같이 접었던 피자박스, 저렴한 가성비 맥주와 식당에서 배식 받은 요구르트까지.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은 큰 화제를 이끌며 당분간 여러 지대에서 영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