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생 중 가장 연기 잘 해" '빈센조' 명품조연 곽동연

여성동아
여성동아2021-05-13 14: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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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란 옆집 아들을 보는 심정이랄까. 2012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기가 찰 정도로 멍청한 중학생 ‘방장군’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곽동연(24). 이후 여러 드라마와 예능에 꾸준히 출연해온 그는 5월 초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악역이지만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바벨그룹 회장 장한서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장한서는 극 초반 안하무인이자 통제 불능인 회장으로 등장하는데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면 친구든 아버지든 서슴지 않고 살해하는 사이코패스 이복 형 장한석(옥택연)만큼은 무서워한다. 평생 형의 그림자 밑에서 두려움에 떨며 살던 장한서는 빈센조(송중기)만이 자신을 보호해줄 유일한 희망이라 여기며 친형처럼 따른다. 

곽동연은 ‘재벌가 서자’라는 드라마 단골 소재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전에 없던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 덕에 송중기, 전여빈, 김여진 등 탄탄한 실력을 지닌 배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아 ‘대한민국 97년생 가운데 가장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애정 어린 수식어까지 얻었다.
연기는 연기일 뿐, 실제 곽동연은 바른생활 사나이로 잘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MBC ‘나혼자 산다’에 최연소 무지개 회원으로 나와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홀로 대전에서 상경해 기획사에서 제공해준 반지하 숙소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교복까지 다림질해 등교하는 모습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2019년 출연한 ‘라디오스타’에서 한 “신세 망칠까봐 클럽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는 발언 역시 그의 이미지를 더욱 반듯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 됐다. 까면 깔수록 매력이 넘치는 곽동연을 드라마 ‘빈센조’ 종영 이후 온라인 인터뷰로 만났다.

‘곽동연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어요.

발견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그동안 허투루 연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7~8개월 동안 촬영을 했는데 많은 사랑을 받으며 끝낼 수 있어서 기분 좋아요.

처음 장한서 역할을 맡았을 때 이렇게 주목을 받을 거라 예감했나요.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작품에 참여한 건 아니에요. 좋은 감독님(함승훈, 조수영 PD), 작가님(박재범 작가)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던 것뿐이죠. 쟁쟁한 선배들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 현장에서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저까지 이렇게 사랑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장한서는 재벌가 서자 출신 그룹 회장으로 극 초반에는 악인이었다가 점점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로 변화해 나가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장한서의 성장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리고자 노력했어요. 캐릭터를 분석하며 떠올린 건 ‘중후함’이었어요. 장한서에게 회장 직책은 유일한 무기이자 방어구였기 때문에 어린 나이지만 중후해 보이려고 옷도 비싼 걸 입었고, 헤어스타일에도 신경 썼죠. 그런 외부적인 모습들로 바닥에 가까운 자존감을 감추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극 중반 빈센조를 만나고 변화하면서부터는 캐주얼한 옷에 포멀한 머리스타일로 변화를 주는 등 허영을 벗어던진 20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했어요.

빈센조를 만난 이후 변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연기하는데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한서가 처음 빈센조를 만났을 때는 자꾸 일을 크게 벌이는 그를 보며 ‘능력자다!’라고 생각하며 두려워했어요. 그러다가 형인 장한석을 빈센조가 손쉽게 이기는 걸 보고 ‘이 사람이 앞으로 내 인생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걸 직감하게 되죠. 빈센조와 인간적으로 교류한 이후부터는 단순히 능력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내 형이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요. 그런 심리적인 변화를 매순간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송중기 배우와의 케미도 상당히 좋았어요. 어떤 자극을 받았는지 궁금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송중기 선배께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좋은 점을 얘기 하라면 3박4일 동안 이야기 할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빈센조’라는 드라마의 빈센조 역할이니까 분량이 얼마나 많겠어요. 선배님은 8개월 동안 3일씩 밤새며 촬영하면서도 현장에서 피곤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저와 둘이 나오는 장면도 어떻게 연기할지 미리 상의하면서 “너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해”라고 배려해줘서 고마웠고요. 연기도 연기지만 원톱 주인공으로서 현장을 아우르는 자세도 너무 멋졌어요. 배우든 스태프든 그 누구에게도 안 좋은 이야기하지 않았고 다 보듬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많은 걸 느꼈어요. ‘아무나 저런 위치에 오르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극중에서 한서가 빈센조를 동경하듯 저도 배우로서 송중기 선배님을 존경하고 여러 부분을 닮고 싶어요.
실제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는데다가 극중 장한서도 나이가 잘 가늠하기 어려운 역할이었어요. 배역에 따라 나이가 자주 바뀌는데, 스스로 몇 살이라고 생각하나요.

항상 장난식으로 ‘저 사실 1897년생이에요’라고 말해왔어요(웃음). 예전에는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한 적이 많아서 나이보다 성숙하게 보이고 싶었거든요.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빈센조를 촬영하며 너무 좋은 어른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아! 나는 한참 어리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스무 살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그때의 열정을 갖고 열심히 연기하려고 해요.

벌써 데뷔한지 9년인데,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특별히 애착을 갖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는데,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갓병연’이라는 별칭을 갖게 해준 김병연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슴 아픈 서사를 가진 인물이어서 개인적으로 연기하기에 좋은 기회가 됐거든요. 최근 우연히 영상 클립을 봤는데 ‘다시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마음도 생겨서 더욱 애정이 생기는 캐릭터예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특별출연했는데 워낙 독특한 역할이라 오랫동안 회자됐어요.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제 생각에 많은 배우들이 조증을 앓는 국회의원 막내아들 권기도 역할을 탐냈을 것 같아요. 누가 봐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으니까요. 그래서 더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정확한 병명이 나왔기 때문에 허투루 연기하고 싶지 않아서 의학 자문도 구하고, 연습도 많이 했죠. 특히 감독님이 다양한 촬영 기법을 시도하셔서 그에 맞춰 연기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요즘도 헬스클럽에 꾸준히 가면서 자기관리를 하고 있어요. 원래도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부터는 더욱 집에만 있는 편이에요. 촬영이 끝난 후로는 집을 보다 청결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나요.

연기 공부가 어려우면서도 쉬운 게 언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 기자님들과 이렇게 화상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앞으로 언젠가 촬영할 수도 있죠. 지금의 이 경험이 연기하는데 노하우가 될 거고요. 일상을 보내는 모든 시간이 필요한 소스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일상의 느낌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또 저는 연기하는 데 있어 시청각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영화와 드라마를 항상 챙겨 봐요. 대중이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배우로서 선구안도 갖추기 위해 살펴보고요. 문학이나 어떤 언어능력에 있어서도 항상 공부하고 익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련 서적도 찾아 읽는 편이에요.

미래가 더 기대되는 배우인데 앞으로 목표하는 바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인생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그에 맞춰 살았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하루하루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에 집중하고, 오늘 인터뷰가 있다면 집중해서 잘 마무리해요. 어떤 최종 목표를 정해서 달려 나가기보다는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글 정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