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집에 가지 않은 자식은 뭘 했을까(feat. 송편만들기)

29STREET
29STREET2020-10-05 16: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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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에디터 RAN은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탓인지, 덕인지 지난 5일 동안 한 일이 거의 없다. 연휴 동안 뭘 했는지 글로 써보라고 하면 A4용지 한 장도 못 채울 정도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생활만 했다. 하지만 이 한 장도 안 될 5일간의 생활기의 80%를 채워 줄 내용이 있다.

바로 송편이다. ‘집에는 못 가도 추석은 추석답게 보내야지’라는 생각에 송편을 만들었다는 것 아니겠나. 에디터 RAN을 비롯해 고향에 가지 않은 자식 3명이 모여 만든 <송편 만들기 후기>를 말해보겠다. 


평균 나이 가까스로 2n세인 어른이 3명이 선택한 송편은 바로 ‘핑크퐁 DIY 송편만들기 세트’. 만들기 전 후기를 찾아봤는데 누가 봐도 7세 미만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고 있는 후기만 있었다. 살짝 수치심이 들었다.


수치심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만들어봤다. 만들기 세트에는 국내산 멥쌀가루, 깨소 가루, 참기름, 그리고 색감을 내기 위한 국산 단호박 가루와 국산 비트 가루가 들어있다. 한 팩 기준 총 10~12개의 송편을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쌀가루를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을 성인용 숟가락으로 5번 넣어준 뒤 섞은 다음 손으로 뭉쳐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물은 반드시 숟가락으로 5번, 많아도 6번만 넣어야 된다는 거다. 의심 많은 어른이 3명은 반죽이 너무 뻑뻑해 보여 물을 몇 숟가락 더 넣었다가 살짝 망쳤다. 그러니 어른이들아, 제발 설명서대로 따라 하자.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뭉친 반죽을 3개로 나눠 하나엔 단호박 가루, 다른 하나엔 비트 가루를 넣어 다시 뭉쳐준다. 그럼 흰색, 빨간색, 노란색 3개의 반죽이 완성된다. 그 다음은 반죽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 깨소를 넣어준다.


양갱을 넣으면 맛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어른이 3명은 양갱도 준비했다. 준비한 김에 초콜렛과 크림치즈도 준비해 속으로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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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송편 빚기를 시작하겠다. 쉬울 줄 알았는데 쉽지 않다. 앞서 말했지만 물을 많이 넣어서 반죽이 질다. 송편이 아니라 호떡을 만들고 있는 건가 싶었다. 괜찮다. 대충 동그랗게 반죽을 굴린 다음 치즈볼이라고 우기면 된다. 그래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나무젓가락으로 모양도 좀 내봤다. 빚은 송편을 한데 모았는데, 흠 뭔가 잘못됐다. 예상했던 비주얼과는 많이 다르다.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다. 반죽을 찌면 괜찮을 거란 희망을 안고 찌기 시작했다. 약 20분간 찐 다음 찬물을 뿌려 열을 식힌 후 참기름을 발라줬다. 윤기가 나니 조금 더 송편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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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수년간 쌓아 온 인스타그램 감성을 더해주면 된다. 흰 바닥, 적당한 소품, 그리고 여백이 느껴지는 구도로 사진을 찍으면 뭔가 느낌있는 사진이 된다. 역시 대충 봐야 예쁘다. 잠깐 봐야 사랑스럽다. 우리가 만든 송편도 그렇다.
양갱을 넣어 만든 송편(좌)과 크림치즈, 깨소가 들어간 송편(우)
사진 찍기도 끝났으니 남은 것은 시식. 맛은 생각보다 맛있다. 우리가 아는 그 송편 맛이다. 참기름과 깨소 덕분인지 고소한 맛이 꽤 느껴진다. 따로 추가한 속 재료 중에 추천할 만한 건 양갱이다. 앙금을 넣은 떡 맛이다. 게다가 양갱을 네모낳게 잘라 넣으면 빚을 때 모양 잡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먹을 때 속이 꽉 차 있어 보기에도 좋다. (크림치즈와 초콜렛은 그냥 빵이랑 먹자)


비록 고향에 가진 못했지만, 초등학생 이후로 빚어본 적 없는 송편을 빚어봤으니 추석 느낌은 제대로 낸 듯하다. 올해 추석은 지났지만 어린 시절 가족끼리 둘러앉아 송편 빚던 그때 그 기억을 살려보고 싶다거나, 혹은 한 번도 송편을 빚어본 적 없는 어른이라면 한 번쯤 해보는 걸 추천한다. 9900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 ‘핑크퐁 DIY 송편만들기 세트’ 자세히 보러 가기



에디터RAN lastleast@donga.com